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2021년 출간되어 한국에서도 15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과학과 철학, 자서전적 요소가 융합된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과학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읽어 내려가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에 대해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기이한 심연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이야기"라고 평했습니다.
저자 룰루 밀러: 과학과 스토리텔링의 만남
룰루 밀러는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이자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 수상자입니다. NPR(미국 전국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인 "Invisibilia"의 전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 작품입니다. 밀러는 복잡한 과학적 개념과 인생의 철학적 질문을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의 줄거리: 두 개의 여정이 교차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19세기 어류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추적하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저자 룰루 밀러 자신의 내면 여정입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혼돈에 맞선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 1에 이름을 붙인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었습니다. 그는 "혼돈에 항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으로, 어릴 적부터 "보이는 것에 담긴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찾아 자신의 삶을 바쳤습니다.
조던에게 가장 극적인 순간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었습니다. 그가 평생 수집한 물고기 표본들이 담긴 유리병이 모두 박살나고, 표본에 붙여두었던 이름표가 흩어져버린 순간, 그는 독특한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바늘과 실로 물고기 표본에 이름표를 직접 꿰매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복원한 것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혼돈 속에서도 끈질기게 질서를 찾으려 한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룰루 밀러: 삶의 의미를 찾아서
밀러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라고 묻자, 아버지는 충격적인 말을 들려줍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이후 밀러는 오랫동안 허무주의에 시달렸고, 한때 찾았던 사랑마저 잃고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방황하던 그녀는 우연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를 발견하고, 그가 혼돈을 견디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의 생애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밀러는 조던의 삶에서 자신의 무너진 삶에 대한 구원의 힌트를 발견하길 바랐습니다.
핵심 주제: 물고기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
분류의 허구성과 한계
책 제목에서 가장 충격적인 주장,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제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합니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은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포유류, 조류, 양서류는 계통학적으로 타당한 범주이지만, '어류'라는 범주는 단순히 물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계통학적으로 전혀 관련 없는 생물들을 하나로 묶은 인위적 분류에 불과합니다.
밀러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분류학자에게 직접 "어류가 존재하나요?"라고 물었고, 그는 결국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마치 "산에 사는 모든 생물을 하나의 종으로 묶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분류의 폭력성과 우생학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은 조던이 실은 우생학자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어류를 연구하면서 생물에 고등과 하등이 있다는 계층적 사고방식을 발전시켰고,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했습니다. 밀러는 이러한 분류의 폭력성이 어떻게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는지 보여줍니다.
조던은 "우수한 유전자와 열등한 유전자가 있다고 믿고 사람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열등하다고 판단한 인간을 폐기하려는" 우생학을 지지했습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평화주의자로 활동했지만, 그 이유조차 "가장 좋은 자질을 지닌 남자들이 싸우러 나가 죽으면 '부적합한' 자들이 남아서 번식을 이어간다"는 우생학적 시각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 민들레 법칙과 새로운 의미 찾기
민들레 법칙: 모든 생명의 가치
밀러가 책에서 제시하는 가장 아름다운 개념 중 하나는 "민들레 법칙"입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는 것"처럼 모든 생명체는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개념입니다.
저자는 우생학의 피해자인 애나와 메리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든 삶을 견뎌내는 모습을 통해 "사람은 사람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는 "인간이 지구의 점이라는 것,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결국 하나의 관점일 뿐"이며, "우리가 서로에게는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의미는 우리가 만드는 것
룰루 밀러는 책의 결론에서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분류체계와 같이, 삶의 의미 또한 우리가 창조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밀러는 "자연계의 복잡성과 신비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가지고, "혼돈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삶의 태도를 제시합니다.
결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독자에게 주는 가치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서적이나 전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과학의 탐구, 역사적 성찰, 철학적 질문, 그리고 개인의 성장기가 유기적으로 융합된 작품입니다. 룰루 밀러는 "유머와 재치로 글을 쓰면서도 자연계의 복잡성과 신비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담아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독자들에게 세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첫째, 우리의 분류와 이해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언제나 제한적이고 문화적, 사회적 편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둘째, 모든 생명은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는 것. 셋째, 혼돈과 불확실성은 삶의 일부이며, 그 속에서도 우리는 의미를 찾고 창조할 수 있다는 것.
2021년 출간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책은, 뉴욕타임스의 표현처럼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기이한 심연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여정이자, 독자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귀중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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