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에 출간된 김두일의 『내란일지』는 한국 현대사의 충격적인 사건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의 탄핵과정을 총 626일간의 방대한 기록으로 담아낸 책이다.
단순한 정치적 사건 나열을 넘어 채상병 사건부터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다.
내란일지의 구성과 핵심 내용
『내란일지』는 총 4부 2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사건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책의 부제 "Why, How, And then, We will..."은 내란의 원인부터 교훈까지 아우르는 구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부: Why, 내란은 왜 일어났는가
1부는 비상계엄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색한다. 채상병의 죽음과 정부의 은폐 의혹, 22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변화, 그리고 명태균 게이트로 인해 윤석열 정권이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특히 군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이 어떻게 정치적 위기로 확대되었는지 추적하며, 정부의 대응 과정과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1장 '익사(溺死)'부터 7장 '궁지(窮地)'까지, 각 장은 위기가 점차 심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목을 갖고 있다. 이는 정권이 민주적 통치의 원칙에서 벗어나 비상 수단을 추구하게 된 배경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2부: How, 내란은 어떻게 기획되었는가
2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를 통해 비상계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검찰의 수사 자료와 공소장에 나타난 내용을 바탕으로, 대통령과 핵심 군 인사들 간의 모의 과정과 실행 계획을 재구성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소 2024년 3월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비상계엄을 논의했으며, 11월부터 실질적인 준비를 진행했다고 한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은 군 지휘관들에게 직접 지시하며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정황이 책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3부: And then,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3부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부터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 그리고 최종 파면 결정까지의 법적·정치적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탄핵(彈劾)'부터 '파면(罷免)'까지 이어지는 9개 장에서는 헌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사회가 어떻게 민주주의 수호에 참여했는지 보여준다. 한인섭의 『계엄과 내란을 넘어』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으며, 국회는 결연히 움직였고, 계엄군은 더 이상 시민들과 맞서려 하지 않았다.
4부: We will…,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 4부는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을 저자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있다. '불복(不服)', '잔당(殘黨)', '민주주의(民主主義)'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부분은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하며 "기록하지 않은 것은 잊혀진다. 잊혀진 악은 필시 부활한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본 책의 핵심 메시지로, 역사적 사건의 기록이 미래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자 김두일의 이력과 관점
김두일 작가는 한국온라인게임 1세대 개발자 출신으로, 현재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게임, 웹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콘텐츠 비즈니스와 IP 저작권 분쟁 중재, 중국 컨설팅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경력은 인디21 대표, 상하이 원킹 엔터테인먼트 신규사업본부장, 네오원게이즈 대표, 차이나랩 대표, 킹넷 고문 등 다양하다. 특히 미르의전설2와 남월전기의 국제 중재 재판에 참여해 830억 원을 배상받으며 승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흥미롭게도 게임 전문가였던 김두일은 페이스북에 정치, 시사, 국제 문제에 대한 글을 공유하면서 'SNS 시사평론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2020년에는 열린공감TV에 합류하여 김용민 목사와 함께 '투킴스'라는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저자는 게임 개발자에서 시사 유튜버로 변모한 과정에서 축적한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내란일지』를 집필했다. 그의 문화콘텐츠 비즈니스 경험과 정치적 안목이 결합되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독특한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책의 의의와 주요 메시지
『내란일지』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626일간의 방대한 기록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가 겪은 민주주의 위기와 극복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채상병 사건부터 시작하여 22대 총선, 명태균 게이트, 12.3 비상계엄,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파면 결과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최혁진(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추천사에서 언급했듯이, "죽은 자들이 산 자를 살렸다. 엄밀히 말하면 죽은 자들에 대한 기억이 우리를 살린 것이다. 『내란일지』는 다시 닥쳐올 수도 있는 위협에서 훗날의 우리를 구원하기 위한 냉혹하리 만큼 치밀한 기억의 기록이다". 이는 역사적 기록의 중요성과 그것이 미래의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한인섭의 『계엄과 내란을 넘어』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다. "봄이 오면, 을씨년스런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푸르른 빛이 온 누리에 가득 차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해 주겠죠. [...] 그런데 그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생명들이 안간힘을 다해 겨울을 뚫고 올라오려는, 저마다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우려는 노력의 총집합이 봄입니다". 이처럼 『내란일지』도 민주주의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론적으로, 김두일의 『내란일지』는 한국 현대사의 중대한 순간을 기록한 역사적 자료이자, 민주주의의 가치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책이다. 에드먼드 버크의 말처럼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잊혀지기 쉽고, 잊혀진 과거의 실수는 다시 반복될 수 있기에, 이러한 기록물은 미래 세대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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