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간의 미래』: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변화와 우리 삶의 전환점

꿀깨비 2025. 3. 24. 17:01
반응형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가장 근본적인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공간'에 대한 인식과 활용 방식입니다. 유현준 건축가의 『공간의 미래』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코로나 이후 우리가 살아갈 공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예측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공간 변화 예측을 넘어 사회 구조와 인간관계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합니다.

저자 소개: 인문 건축가 유현준

유현준 건축가는 1969년 9월 19일생으로,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이자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건축설계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건축가를 넘어 '인문 건축가'로서 건축을 통해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시각을 제공합니다.

유현준은 2020년 국제건축상, 2018 독일 디자인 어워드, 2017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 서울시 건축상 등 40여 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이 만든 공간』 등의 저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왔습니다. 특히 tvN의 〈알쓸신잡 2〉에 출연하면서 '셜록 현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관찰력과 추리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 및 개요

『공간의 미래』는 2021년 4월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변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우리의 일상 공간, 즉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우리가 생활하고 있거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가까운 미래를 살펴봅니다.

책은 여는 글을 시작으로 총 11개의 장과 닫는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아파트, 종교 시설, 학교, 직장, 도시, 물류 시스템, 그린벨트, 상업 시설, 청년 주택, 국토 균형 발전,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다양한 공간 유형과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 분석

1. 코로나 이후의 주거 공간: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거 공간에 대한 요구가 달라졌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1가구 1발코니'와 같은 사적인 외부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폭이 2.5미터가 넘는 발코니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면서도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4도3촌(일주일 중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지방에서 생활하는 방식)과 같은 새로운 생활 양식이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예측하며, 주거 공간이 자연친화적인 외부공간을 갖춘 형태로 변모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2. 교육 공간의 변화: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 과정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되면서 교육 공간과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저자는 미래의 학교가 규모는 작아지고 다양성은 많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며, 교사의 역할도 지식 전달자에서 '교육 큐레이터'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특히 "전교 일등이 없는 학교"라는 개념을 통해 각자의 재능과 관심사에 맞춘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3. 직장과 일의 미래: 출근은 계속할 것인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직장과 일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모든 업무가 원격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거점 위성 오피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업무 공간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한 화상회의가 가져오는 평등한 의사소통 구조와 대형 조직의 관리 방식 변화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습니다.

4. 도시 설계와 그린벨트: 엣지시티 개념
저자는 도시가 전염병으로 인해 완전히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구조와 형태는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특히 '엣지시티' 개념을 제안하며, 도시와 접한 그린벨트의 경계만 개발하는 방식으로 그린벨트를 보존하면서도 도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남북한 융합을 위한 DMZ 평화 엣지시티 구상이나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과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5. 청년 주택과 국토 균형 발전
청년 세대의 주거 문제와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한 저자의 고민도 돋보입니다. 그는 현재의 부동산 시스템을 '플랫폼 비즈니스'에 비유하며, 청년들이 '21세기 소작농'처럼 월세를 내는 상황을 비판합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획일화된 '짝퉁 도시'가 아닌, 각 도시의 특성을 살린 다양성 있는 발전 방향과 '21세기형 스마트 타운' 개념을 제안합니다.

책의 핵심 주장과 통찰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통찰은 "공간 디자인이 바뀌면 사람들 간의 관계가 바뀌고, 사람의 관계가 바뀌면 사람이 생각이 바뀌면서 사회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로 바라보며,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창조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특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소셜 믹스'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간을 통해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감상평 : 공간을 통해 본 미래 사회의 청사진

『공간의 미래』는 단순한 건축 전문서가 아닌,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통섭적 시각을 제공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건축가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공간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특히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그 해결책을 공간 혁신을 통해 모색하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합니다.

다만 책에서 제시하는 일부 아이디어들은 현실적 제약이나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대한 더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미래』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우리의 삶과 공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귀중한 책입니다. 저자가 닫는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떤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 책의 통찰은, 단순한 건축 담론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공간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와 미래 예측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