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약물중독자에서 신경과학자로 거듭난 주디스 그리셀의 여정

꿀깨비 2025. 3. 2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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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각종 약물에 취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약물중독자가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되어 쓴 책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는 중독의 과학적 원리와 개인적 경험이 결합된 독특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원제 "Never Enough: The Neuroscience and Experience of Addiction"인 이 책은 저자 주디스 그리셀의 실제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통해 중독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저자 소개: 중독에서 과학으로

주디스 그리셀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행동신경과학자이자 미국 벅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입니다.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콜로라도대학교에서 행동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삶은 매우 독특한 궤적을 그립니다. 13살에 알코올을 처음 접한 그리셀은 23세까지 각종 약물에 중독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의 만남에서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고 재활원에 들어가 약물을 끊은 후, 자신을 중독에 빠트린 바로 그 약물들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현재 그녀는 중독의 신경과학적 기제와 중독 고위험군의 뇌 특성을 연구하며, 2012년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의 '훌륭한 멘토', 2020년에는 마인드 사이언스 재단의 '우수 과학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이 책은 중독자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중독의 신경과학적 원리를 치밀하게 탐구한 과학서로, 두 가지 관점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독의 신경과학적 원리

중독성 약물은 공통적으로 중변연계 도파민 체계를 자극하여 도파민을 분비하게 함으로써 쾌락을 유도하고, 뇌로 하여금 그 쾌락을 기대하게 만들어 중독을 유발합니다. 그리셀은 다음과 같은 중독성 약물의 세 가지 법칙을 제시합니다:

모든 약물은 이미 진행중인 과정의 속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작용한다.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뇌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약물에 대해 그 효과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내성과 의존의 메커니즘

책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 중 하나는 약물과 뇌의 관계가 양방향성이라는 설명입니다. 중독성 약물을 규칙적으로 사용할 경우, 뇌는 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적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쾌락을 위해 약물을 사용하지만, 중독 단계에 이르면 뇌가 약물의 효과와 정반대의 상태를 촉진하여 약물 없이는 극심한 고통(금단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금단증상은 항상 해당 약물이 내는 효과와 정반대 형태로 나타납니다. 진정제의 금단증상은 불안과 긴장감이고, 각성제의 금단증상은 무기력이며, 진통제의 금단증상은 고통입니다.

다양한 약물의 영향

저자는 대마, 아편, 알코올, 진정제, 각성제, 환각제 등 자신의 몸을 거쳐간 다양한 약물들에 대해 "내가 해보니 이랬는데, 뇌에서는 과학적으로 이렇게 작용하더라"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러한 직접적인 경험 공유는 책에 특별한 신뢰성과 생생함을 더합니다.

중독의 원인

30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그리셀은 중독의 주요 원인을 네 가지로 정리합니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생물학적 기질

어마어마한 양의 약물에 대한 노출

청소년기의 약물 접촉 경험

촉발성 환경

특히 청소년기 약물 경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데, 뇌가 완전히 성숙하기 전인 25세 이전에 약물에 노출되면 뇌와 행동에 영구적인 패턴이 형성되어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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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특징과 가치

과학과 경험의 결합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학적 지식과 개인적 경험의 결합입니다. "책으로 공부한 사람은 하수, 관찰해서 익힌 사람은 중수, 직접 경험해본 사람은 고수다"라는 말처럼, 그리셀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과학적 전문성을 결합하여 중독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생생한 경험 공유

저자는 자신의 중독 경험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풀어놓습니다. "나를 압도하는 깊은 공허감에 대한 반응은 그 구멍안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나는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취하고 몽롱한 상태로 혼자 이스트세인트루이의 바에서 터덕터덕 걸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와 같은 묘사는 중독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해결책 제시

그리셀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인적·사회적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특히 "잘못된 약물사용은 소외에서 기인하여, 소외로 인해 심화되며, 끝내 다시 소외를 야기한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사회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중독 치료에는 인지 행동 치료가 필수적이며, 약물이나 의사와의 상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와 교훈

그리셀의 강력한 메시지는 "일단 한 번 선을 넘으면 다시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경고입니다. 이는 중독성 물질에 절대 빠지지 말라는 절실한 당부이며, 특히 25세 이전 청소년들의 약물 노출 위험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이 책은 중독이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학적 변화와 관련된 복잡한 현상임을 설명함으로써, 중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지지와 이해가 중독 극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킵니다.

종합적 감상평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는 중독의 과학, 개인적 경험, 그리고 회복의 희망을 모두 담은 독특한 책입니다. 생생한 경험담과 과학적 설명의 균형 있는 결합은 독자들에게 약물중독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하는 동시에, 중독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여줍니다.

이 책은 중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지침서이자 경고문입니다. 저자의 삶 자체가 중독의 끔찍한 현실과 동시에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로, 현재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결국 이 책은 "외롭지 않는 것 - 외롭게 하지 않는 것. 서로에게 서로가 되어주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중독의 근본 원인이 어쩌면 외로움일지도 모른다는 깊은 통찰로 마무리됩니다. 중독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부터 관련 분야 전문가, 그리고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그 가족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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