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요한, 씨돌, 용현: 한 사람이 살아온 세 가지 삶의 이야기

꿀깨비 2025.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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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씨돌, 용현: 한 사람이 살아온 세 가지 삶의 이야기

2020년 1월 출간된 책 "요한, 씨돌, 용현"은 SBS 스페셜 제작팀이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집필한 작품으로, 제47회 한국방송대상 대상을 수상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세 개의 다른 이름으로 살아온 놀라운 인생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책의 개요 및 구성


"요한, 씨돌, 용현"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김용현이라는 한 인물이 세 가지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온 복합적인 삶을 조망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인물 이야기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관통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1장: 산골 마을에 사는 괴짜 자연인


첫 번째 장에서는 강원도 정선 봉화치 마을에 사는 '씨돌'이라는 자연인의 모습을 그립니다. 씨돌은 '저절로 농법'을 통해 농사를 짓고,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며,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벌레와 잡초도 생명으로 존중하는 특별한 농사법을 고집했습니다.

2-3장: 의문의 죽음을 당한 청년들을 돕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장은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군사 독재 정권 시절 의문사를 당한 청년들의 가족을 돕고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웠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정연관 상병의 의문사 사건에 깊이 관여하며,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현장마다 그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4장: 세 개의 이름에 담긴 세 개의 초상


네 번째 장에서는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의 후유증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 있는 '용현'의 모습과 함께, 그가 어떻게 요한이 되고 씨돌이 되었는지 과거를 추적합니다. 2016년 뇌출혈로 쓰러진 용현은 과거의 고문과 투쟁 과정에서 받은 트라우마가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5장: 밤하늘에는 빛나지 않는 별들이 더 많다


마지막 장에서는 용현처럼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웠던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땅속의 잔뿌리들이 있기에 꽃이 핀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희생한 많은 이들을 기억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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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력


이 책은 SBS 스페셜 제작팀이 공동 집필했으며, 특히 이큰별 PD와 이승미 작가가 주요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이큰별 PD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인데, 우리는 그 꽃을 피운 사람에게만 주목했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된 수많은 사람은 주목하지 않았다"라고 이 책의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주요 내용 분석


한 사람, 세 개의 정체성


김용현이라는 한 사람이 살아온 세 가지 삶은 각각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근본에는 같은 가치가 흐르고 있습니다. 용현을 요한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씨돌이라는 이름을 모르고, 용현을 씨돌로 아는 사람들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요한의 모습을 몰랐습니다. 그가 자신의 삶을 내세우지 않고 자랑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분리된 정체성이었습니다.

자연인 씨돌의 삶


씨돌은 강원도 봉화치 마을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 앞마당에 자그마한 농사를 지으며, 동물이나 곤충들이 작물을 먹어도 내버려두는 특별한 '저절로 농법'을 실천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집과 땅을 시민단체 참여연대에 기부하는 등 소유에 대한 집착 없이 살았습니다.

활동가 요한의 투쟁


요한으로서 그는 80년대 정연관 상병처럼 의문의 죽음을 당한 청년들의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웠습니다. 선거 부정에 대한 폭로, 군 내 인권 침해 등 당시 민감한 사안들에 목소리를 냈고, 삼풍백화점 참사 현장에서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는 항상 시위 현장의 최전선에서 어머니들을 대신해 진압봉에 맞기도 했습니다.

인간 용현의 가치관


용현이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근원에는 그의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용현과 남매들을 키우는 일에 인생을 바친 어머니, 독재 정권에 굴하지 않고 쓴소리를 내던 사제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죽음도 불사했던 청년들의 영향을 받아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가치관을 형성했습니다.

책의 의의와 감상평


"요한, 씨돌, 용현"은 단순한 전기가 아닌, 한국 현대사의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투쟁했던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용현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때 써내려간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말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을 당해 몸이 망가지고, 이제는 뇌출혈로 인해 요양병원에 누워있지만,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한 일은 그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담담히 말합니다. 이는 오늘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용현의 삶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자신보다 타인을, 개인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며 살았던, 그리고 그 어떤 명예나 보상도 바라지 않았던 용현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희귀하고 소중한 가치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용현뿐만 아니라 "밤하늘에 빛나지 않는 별들"처럼 이름 없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화려한 꽃만 보지 말고, 그 꽃을 피우게 한, 이름 없는 뿌리와 줄기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책의 수익금 일부가 현재 요양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용현씨의 치료비로 기부된다는 점도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독자로서 책을 통해 감동을 받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용현의 삶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땅속의 잔뿌리들이 있기에 꽃이 핀다"라는 책의 마지막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화려하게 빛나지 않아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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