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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할런의 '여행가방': 낯선 세계로의 초대와 일상의 이탈

꿀깨비 2025. 4. 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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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할런의 '여행가방': 낯선 세계로의 초대와 일상의 이탈


책 개요


수전 할런이 저술한 '여행가방'(Luggage)은 2025년 출판사 복복서가가 펴내는 '지식산문 0'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이 책은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 중에서 흥미롭고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책들을 선별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시리즈의 일환으로, 264쪽 분량에 최정수가 번역했습니다. 여행가방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우리를 낯선 세계로 데려가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


'여행가방'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여행의 역사와 철학, 문화적 의미를 콜라주처럼 배치한 지식산문입니다. 저자는 제인 오스틴,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르한 파묵 등 문학가들의 여행 이야기부터 여행의 역사, 여행가방 판매, 여행 산업, 짐 꾸리기, 공항의 풍경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냅니다.

책에서는 17세기 초 귀족계급을 중심으로 시작된 '그랜드투어'라는 해외여행의 역사, 1854년 설립된 명품회사 루이뷔통이 "나무·캔버스·황동·철로 된 트렁크"로 유명해진 이야기, 19세기 초 증기선이 계급으로 나뉘어 아래층 승객들이 "말하는 화물"로 불렸던 사실 등 여행과 관련된 풍부한 지식과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인들이 일상을 사랑하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모순적 존재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갈등하는 오디세우스의 후예"라고 정의하며, 우리가 일상에 머물기를 바라면서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이중적 욕망을 가진 존재임을 설명합니다.

저자 이력


저자 수전 할런은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영어학과 교수이자 작가로, 인문학적 깊이와 대중적 접근성을 겸비한 작가입니다. 그녀는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우스'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여행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 책과 같은 시리즈로 개인이 혼자서 즐길 수 있었던 음향기기의 원조격인 '워크맨'을 조명한 '퍼스널 스테레오'와 가을에 입으면 운치를 더해주는 '트렌치코트'도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유사 작품과의 비교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가방"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작가가 그동안 써온 12편의 기행 산문을 4부로 모아 엮은 책으로, 수전 할런의 책과는 달리 개인적 여행 체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박완서는 남도와 하회마을, 섬진강 벚꽃길부터 티베트와 네팔까지 다양한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통찰을 자신만의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박완서는 여행을 통해 "인간과의 교감", "자기 존재를 되묻는" 경험을 강조하며, 여행이 때로는 "모독이 될 수도 있다"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는 수전 할런이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과 달리, 작가로서의 개인적 성찰이 깊게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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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여행 가방"


러시아 작가 도블라토프의 "여행 가방"(1986)은 미국으로 이민 간 주인공이 러시아에서 가져온 여행 가방 속 물건들에서 추억을 떠올리는 소설로, 소비에트 러시아의 사회적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픽션이지만 소비에트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도블라토프의 주된 창작 기법인 "소설 속 설정과 실제 '원형' 사이에 공통분모를 두고 예술적으로 가공하는" 방식이 돋보입니다.

독자 반응 및 감상평


'여행가방'은 일상의 사물에서 철학적 의미를 발견하는 지식산문으로,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이 단순한 즐거움이나 도피의 수단이 아닌, 인간의 모순적 욕망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로 해석한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를 인용한 한 독자의 말처럼, "여행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집 떠나면 고생인 줄 알면서도, 그 불편함에 뛰어드는 것. 익숙하고 안정적인 공간을 떠나 낯설고 불안한 장소에 뛰어드는 것"이라는 관점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박완서의 독자들이 작가의 "글에서 잠깐씩 묻어나는, 삶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분분한 모습"에 주목했듯이, 수전 할런의 '여행가방'도 여행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모순을 성찰하게 합니다.

문학적/사회적 의의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 인문학, 역사, 문화사, 사회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지식산문입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여행이 갖는 의미를 재고찰하게 하며, 소비문화로 변질된 여행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여행가방이라는 사물을 통해 인간의 이중적 욕망, 낯섦과 익숙함 사이의 긴장, 집착과 해방의 모순을 탐색하는 이 책은 지식산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결론


수전 할런의 '여행가방'은 단순한 여행 지침서나 에세이가 아닌, 여행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지식산문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물에서 철학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낯섦과 불편함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이 책은 여행의 불편함과 낯섦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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