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레코드 맨: 음악 산업 역사를 통해 바라본 케이팝의 뿌리

꿀깨비 2025. 4. 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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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 맨: 음악 산업 역사를 통해 바라본 케이팝의 뿌리


2025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 가레스 머피의 '레코드 맨'은 단순한 음악 역사서가 아닌, 세계 음반 산업을 움직인 선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케이팝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조망하는 책입니다. 음악 산업의 숨은 영웅들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한국 음악 산업에는 어떤 함의를 주는지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책의 개요와 저자 소개


가레스 머피는 '레코드 맨'의 서문에서 "레코드 비즈니스에 관한 바이블을 완성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며 423페이지에 걸쳐 음악 산업의 역사와 핵심 인물들을 조명합니다. 저자는 '음악적으로 교양 있는 탐사자'들, 즉 "날것에 가까운 가능성을 재빨리 발견해 그걸 더 큰 세계에 소개한 사람들"에 주목합니다. 합병, 매각, 설립, 파산을 둘러싼 협상과 계약, 금융 같은 음악 산업의 복잡한 측면들을 가차 없이 파고들며 한 편의 대서사시를 구성했습니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역사적 흐름과 시대별 분석

'레코드 맨'은 19세기 그레이엄 벨과 토머스 에디슨 같은 발명가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벨과 그의 팀이 완성한 그래포폰(Graphophone) 특허 판매와 함께 레코드 비즈니스가 태동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재즈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책은 시대별로 음악 산업의 발전을 다루며:

70년대 펑크 음악(300페이지 이후)

80년대 마이클 잭슨과 MTV, CD 시대

90년대 영국의 브릿팝과 시애틀의 서브 팝

2000년대 냅스터와 아이튠스 시대

현재의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중심 스트리밍 시대까지 포괄합니다

음악 산업의 숨은 영웅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유명 뮤지션이 아닌 그들을 발굴하고 키워낸 '레코드 맨'들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500만 장 이상 판매된 밥 말리의 'Legend' 앨범보다 그 뒤에서 벌어진 비즈니스 활동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또한 엘비스 프레슬리를 "젊은 관객들의 히스테리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최초의 현대적 스타로 분석하며, 그의 로큰롤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대중화"했다고 설명합니다.

케이팝과의 연관성 및 통찰


케이팝 산업에 주는 교훈

'레코드 맨'은 영미권 음악 산업사를 다루지만, 한국 케이팝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습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스타를 찾는 게임의 법칙'은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3분에 불과한 노래 하나일지라도 문화적인 폭발을 일으키고, 이걸 수백만 달러로 전환해 줄 수 있는 금광"을 찾는 작업입니다. 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BTS의 'Dynamite' 같은 글로벌 히트곡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이돌 그룹 구성에 대한 통찰

롤링 스톤스의 매니저 앤드류 루그 올덤이 멤버 수에 대해 한 조언은 오늘날 케이팝 아이돌 그룹 구성에도 적용됩니다:

"다섯 명도 무리인데 여섯 명은 불가능해요.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사람이 네 명 이상의 얼굴을 기억할 수는 없어요. 이건 오락(entertainment)이지 기억력 테스트가 아니라니까요."

기술 혁신과 음악 산업

책은 음악 산업의 모든 것이 기술 혁명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등장 같은 현대 케이팝의 혁신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MTV가 주도한 '텔레비전 팝 음악'이 80년대의 유산이며, 이것이 오늘날 케이팝 팬들에게 뮤직비디오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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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산업 생존 전략과 교훈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저자는 대형 음반사들이 온갖 역경을 딛고 여태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다양화하고, 청소년 문화를 포용하고, 최대한 많은 수입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팝 기획사들의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음악 산업 관계자들에게 주는 교훈

책은 한국의 주요 제작자들(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방시혁 등)과 같은 현대 '레코드 맨'들에게 여러 교훈을 제공합니다:

컬럼비아 레코드 창립자 에드워드 이스턴의 법적 문제 해결 방식

1960년대 모타운의 아티스트 개발 프로그램(현 연습생 시스템의 원형)

미국 시장 진출 전략과 비용-보상 구조

밥 딜런과 레너드 코언을 발굴한 존 해먼드 같은 "학식 있는 십자군"의 중요성

섹스 피스톨스 매니저 말콤 맥라렌의 '미디어 서커스' 전략

카사블랑카 레이블의 닐 보가트식 사내 복지 시스템

결론: 과거에서 배우는 미래 전략


'레코드 맨'은 단순한 음악 산업 연대기가 아닌,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이 지혜를 얻고 살길을 모색할 수 있는 지침서입니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황 회장이 한 말처럼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딱 두 가지만 알면 된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라는 통찰은 '레코드 맨'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한 세기를 넘긴 서구 대중음악 산업과 30년의 역사를 가진 케이팝 산업은 시대와 무관하게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이 책은 그 흐름 속에서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한 전략과 통찰을 제공하며, 한국 음악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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