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조승리 :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꿀깨비 2025. 4. 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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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 :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조승리의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은 2025년 세미콜론 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시각장애인 작가가 자신의 삶과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감동을 전달하는 에세이입니다. 288페이지, 17,000원에 판매되는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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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조승리,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가

조승리는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한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입니다. 첫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 작가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녀는 열다섯 살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기 시작해 현재는 밤과 낮만 겨우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이름 '승리'가 1986년 아시안게임을 시청하던 어머니가 지어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경리를 꿈꾸던 그녀는 시각을 잃은 후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되었고, 이후 작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경리를 꿈꾸던 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안마사로 살던 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운명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까요?"라는 그녀의 말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여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세상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여행과 새로운 경험에 관한 이야기
  2. 덥지도 않은데 열이 난 순간들: 일상 속 특별한 순간들
  3. 우리는 어떻게든 살고, 살아갈 것이다: 삶의 의미와 희망에 관한 성찰

각 장마다 약 10편의 글이 담겨 있으며,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칼럼 '조승리의 언제나 삶은 축제' 중 일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조승리 작가가 첫 책 출간 이후 느낀 공허함과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낯선 경험들을 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여행기를 시작으로 플라멩코 수업, 배리어 프리 전시, 바리스타 자격시험, 성형외과 상담 등 작가가 처음 해본 일들이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특히 중국 여행에서 북한과 국경이 맞닿은 두만강변을 방문한 경험은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그곳에서 과거 마사지숍 고객이었던 탈북민을 떠올리며,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세계로 확장시킵니다.

책의 제목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은 마지막 글에서 따온 것으로, 시각장애로 인해 여의도 불꽃축제의 화려한 불꽃을 볼 수 없는 작가의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밤과 낮만 감지할 수 있는 그에게 불꽃은 그저 '검은 불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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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특징과 매력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조승리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감각적인 문체에 있습니다. 시각 외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상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섬세함이 문장마다 느껴집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에게 상실된 감각이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녀의 '보았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또한 부정적이면서도 낙천적인, 냉소적이면서도 다정한 그녀의 모순적인 매력과 기질이 책 전반을 관통합니다. "신파는 질색"이라며 어두운 현실에서도 결국 승리하는 것은 유머와 해학이라는 그녀의 신념 아래, 이야기는 무겁지 않고 오히려 재치 있고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작가는 "세상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눈가가 빨개질 때까지 두 눈을 비벼댄다"며 "어리석다 자책하면서도 이 순간은 기적을 믿고 싶어진다"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간절함은 독자들에게도 전염되어,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기적을 함께 믿게 됩니다.

독자들의 반응과 인기 요인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시각장애인 여성'이라는 납작한 정의를 훌쩍 뛰어넘는 조승리라는 사람의 매력 때문입니다. 한 가지 감각의 상실에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용기 있게 도전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에너지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또한 식당 아주머니의 '저런 사람들'이라는 무례한 말에,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라고 되뇌는 그녀의 강함과 깊이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장애 극복 이야기가 아닌, 삶을 삶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답게 산다는 건 어떤 감각인지, 더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기 좋은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전동차 안에서 한강을 건너는 촌각에 가까운 시간, 눈으로 들이치는 붉은빛은 저를 황홀하게 만듭니다. 그 짧고 따듯하고 황홀한 순간이 불행을 견뎌낼 힘이 됩니다. (…) 그 경험은 캄캄한 미래와 맞설 용기, 꺼지지 않는 저의 열정이 되리라 믿습니다."라는 에필로그의 문장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도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는 용기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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