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예술의 신경과학적 치유 효과 심층 분석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얻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창작 활동에 몰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단순한 기분 전환을 넘어 실제로 우리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지, 그 과학적 근거를 탐구한 책이 바로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입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블룸버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예술이 우리의 뇌와 삶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분석합니다.
저자 소개: 과학자와 아티스트의 만남
이 책은 뇌과학자와 아티스트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진 두 저자의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첫 번째 저자인 수전 매그새먼(Susan Magsamen)은 존스홉킨스 의대 피더슨뇌과학연구소에 설립된 국제예술마인드연구소(IAMLab)의 창설자이자 총괄경영자입니다. 동대학의 뇌과학과 연구조교수이기도 하며, 애스펀연구소와 협업하여 '뉴로아츠블루프린트프로젝트'의 공동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저자 아이비 로스(Ivy Ross)는 구글 하드웨어 제품개발부의 디자인 부총괄로,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스피커까지 다양한 일상용 하드웨어를 개발해 200건이 넘는 국제 디자인상을 수상한 전문가입니다. 특히 그녀는 스마트 안경 기술에 카툰의 재미 요소를 접목시킨 '구글 글래스'를 개발해 자폐 스펙트럼 아동이 상대의 감정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 기기를 만든 이력이 있습니다.
두 저자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인간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근거와 확신을 갖고 의기투합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이 책은 예술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 예술의 해부: 신경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소개하고, 예술적 경험이 어떻게 뇌에서 처리되는지 설명합니다.
- 감각으로 느끼는 예술: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세상과 교류할 때 신체와 뇌에서 다중의 체계가 함께 작동하며 인간의 생은 입력되는 데이터를 본능적, 무의식적, 그리고 의식적 수준에서 끊임없이 처리하는 작용"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 마음의 상처 회복하기: 예술이 트라우마와 정신 건강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치료하는지 다룹니다.
- 몸을 치유하기: 예술이 신체적 질병과 통증을 관리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탐구합니다.
- 교육과 예술의 상관관계: 예술이 학습 과정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설명합니다.
- 잘 사는 삶: 일상에서 예술이 어떻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 다룹니다.
- 예술로 하나 되기: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지 설명합니다.
핵심 개념: 신경미학과 신경가소성
이 책의 중심에는 '신경미학(Neuroesthetic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신경미학은 "미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해석하는 분야"로,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학문은 런던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세미르 제키(Semir Zeki)에 의해 개척되었으며, 미적 현상의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타나는 인간 뇌의 구조물과 활동을 연구합니다.
또한 책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를 강조합니다.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지에 따라 저마다의 뇌가 다르게 바뀐다"는 이 이론에 따르면, "기억을 만들거나 무언가를 배우는 동안 뇌가 어떤 연접은 강화하고 어떤 연접은 약화하는데, 그러면서 새로운 회로를 빚어내고 그 회로가 기억을 암호화"합니다.
예술의 치유 효과: 과학적 근거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이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들입니다:
- 정신 건강 치료: 신경미학이 정신 질환 극복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특히 예술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건 만성적이고 트라우마적인 스트레스 치료입니다. 퇴역 군인의 전시 기억이나 소방대원의 사고 현장 목격 같은 트라우마는 자체적인 치유가 어려운데, 미술 활동을 통해 상태가 점차 개선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 체화(Embodiment): 우리가 미술 작품을 보기만 하는데도 "만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운동과 신체감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예술 감상이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전신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입니다.
- 기억과 인지 기능 개선: 익숙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 회복을 돕고, 주의력결핍이나 인지장애에 예술적 경험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통증 관리: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마약성 진통제를 대신해 화상 환자의 통증 정도를 낮출 수 있다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예술의 사회적, 교육적, 경제적 영향력
책은 개인적 치유를 넘어 예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다룹니다:
- 교육 혁신: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한 교수가 학생들의 기억력 향상을 위해 음악을 수업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음악이 뇌의 기억, 추론, 말하기 영역을 활성화시켜 수업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게끔 유도했습니다.
- 기업 문화 혁신: 스타벅스가 불황 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예술적 접근 덕분이었습니다. 리더들이 비틀스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아이콘에 대해 토론하며 새로운 사명 선언을 만들었고, 이것이 기업의 성공적인 재창조로 이어졌습니다.
- 건축과 공간: 코로나19 당시 뉴욕의 한 병원은 의료진을 위한 자연친화적 휴식 공간을 설계해 재충전을 돕는 사례도 소개됩니다.
결론 및 주요 메시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예술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예술은 "자신과의 대화이며 정신과 신체와 영을 연결하고 건강과 웰니스를 지탱하는 방편"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합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운동이나 명상 루틴만큼 중요한 매일의 예술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책은 예술이 "병을 고치고 건강을 찾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며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고 결론짓습니다. 예술은 미적 감각을 주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우리 모두가 예술을 통해 더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음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입증합니다. 예술은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우리의 뇌와 삶을 회복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