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와 회복의 길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와 그 붕괴 메커니즘을 분석한 역작입니다.
2018년에 출간된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그 보호 방안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자 소개: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들
스티븐 레비츠키는 1968년 1월 17일 미국 이타카에서 태어났으며, 스탠포드 대학에서 정치학 학사학위를,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하버드대학교의 데이비드 록펠러 라틴 아메리카 연구 교수이자 정부학과 교수로,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전환 과정에 대한 연구의 권위자입니다.
대니얼 지블랫은 하버드대학교의 정치학 교수로,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의 저서 《보수 정당들과 민주주의의 탄생》으로 2017년 미국정치학회의 우드로 윌슨 상과 2018년 미국사회학회의 배링턴 무어 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저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민주주의 도전 연구 클러스터를 공동으로 이끌며 미국과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책의 탄생 배경: 트럼프 현상과 민주주의 위기 인식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충격적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저자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기 신호로 인식했고, 이에 뉴욕타임스에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 칼럼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를 확장해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내용 분석: 민주주의 붕괴의 메커니즘
민주주의 붕괴의 새로운 패턴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현대의 민주주의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붕괴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쿠데타나 군사반란과 같은 폭력적 수단을 통해 민주주의가 무너졌지만, 오늘날에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민주주의를 침식시킨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는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불법을 동원하는 경우보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집권한 이들이 심판을 매수하고 경쟁자를 제거하며 규칙을 바꾸는 방식으로 서서히 허물어뜨린다"고 설명합니다.
권위주의적 지도자 식별을 위한 네 가지 경고 신호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분석하여 잠재적 독재자를 식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 신호를 제시합니다:
-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또는 약한 헌신: 민주적 게임의 규칙을 인정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수용하는 성향
- 정치적 경쟁자의 정당성 부정: 반대파를 반국가적 세력이나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
-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 태도
- 경쟁자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성향: 비판적 언론과 반대파의 활동을 제한하려는 경향
저자들은 이 네 가지 경고 신호 중 하나라도 나타나는 정치인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트럼프의 경우 이 네 가지 신호 모두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분석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규범
책은 민주주의가 단순히 헌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핵심 규범에 의해 지탱된다고 강조합니다:
-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 정치적 경쟁자를 정당한 라이벌로 인정하는 태도
-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 권력 행사에 있어 절제를 발휘하는 태도
이 두 규범이 약화되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이러한 규범이 점차 침식되고 있다고 저자들은 우려합니다.
민주주의 붕괴의 단계적 과정
저자들은 민주주의 붕괴가 일련의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정당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 실패로 권력에 접근하게 되고, 이후 사법부와 언론을 무력화시키며, 결국 선거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과정을 밟습니다. 책에서는 베네수엘라, 헝가리, 터키 등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적 맥락에서의 함의
한국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단순히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촉구합니다. 여러 블로그와 리뷰에서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도 책에서 언급된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들이 관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이 공격당하고, 판사가 협박당하며, 심지어 헌법재판관도 흔들어내고, 헌법재판소 판결도 불복할 기세"와 같은 현상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간 지대가 사라지는 현상도 책에서 우려하는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와 일치합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제언
저자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제언을 합니다:
- 정당의 문지기 역할 강화: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주요 정당을 통해 권력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야 합니다.
- 민주적 규범 수호: 정치인들은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규범을 존중해야 합니다.
- 시민사회의 경계: 시민들은 민주주의 붕괴의 경고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대응해야 합니다.
- 정치적 양극화 해소: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회복해야 합니다.
결론: 민주주의의 위기와 희망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민주주의가 취약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없이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집니다. 그러나 동시에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민주적 규범을 수호하고 극단주의에 맞서면 민주주의를 보존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미국이나 특정 국가의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민주주의는 쿠데타나 혁명과 같은 극적인 사건으로 무너지기보다 합법적 절차를 통해 서서히 침식된다는 저자들의 관점은 우리에게 일상 속에서의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