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실화탐사대 314회 :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대한민국 항공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가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제주항공 2216편 항공기 사고로 17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개요 및 경위
사고 당일 상황
제주항공 2216편(7C2216)은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출발하여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보잉 737-800 기종의 항공기였다. 탑승객은 총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이었으며, 이 중 승무원 2명만이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오전 8시 54분 무안국제공항 착륙 허가를 받은 항공기는 8시 57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다. 2분 후인 8시 59분, 기장은 메이데이(조난신호)를 선언하며 복행을 통보했다. 이후 항공기는 180도 방향을 바꿔 반대 방향에서 착륙을 재시도했다.
동체착륙과 참사 발생
랜딩기어 작동 불가로 동체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활주로 3분의 1 지점에 착륙했으나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는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충돌로 항공기는 거의 전소되었고, 1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 분석
조류 충돌과 엔진 손상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엔진에서 깃털이 발견되어 버드 스트라이크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두 엔진 모두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랜딩기어 작동과 항공기 제어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박스 기록 누락
사고 조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블랙박스에서 메이데이 선언부터 충돌까지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사고 원인 규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컬라이저 구조 문제
항공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된 구조물로, 충돌 시 파괴적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안전 규정상 문제가 없었으나, 사고 피해를 확대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족들이 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진상규명 요구
유족들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유족협의회를 결성하여 집단 행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흩어지면 안 된다"는 신념 하에 공항 대합실에 245개의 텐트를 설치하고 거주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한신 유족 대표를 비롯한 유족들은 "세월호 때도 겪어 봤다. 우리가 다 같이 모여 있으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도 32개의 텐트가 남아있으며, 나명례씨와 같은 일부 유족은 상시 거주하며 공항을 지키고 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불만
경찰은 제주항공 대표와 임직원, 공항 관련자 등 50여 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나 아직 형사입건된 피의자는 없는 상황이다. 유족들과 법률지원단은 2025년 5월 13일 사고 책임자들을 고소하여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추모와 기억
유족들은 매일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끝나자마자 바로 올게"라고 약속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11일마다 공항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 해결책
공항 안전시설 개선
국토교통부는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하여 다음과 같은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다:
로컬라이저 구조 개선: 콘크리트 둔덕형 구조를 경량 철골 구조로 전면 교체하여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한다.
종단안전구역 확대: 현재 199m인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을 ICAO 권고 기준인 240m 이상으로 확보한다.
활주로 연장: 2800m인 활주로를 3160m로 연장하여 중·대형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보장한다.
조류 충돌 예방 시스템 강화
조류 탐지 레이더 설치: 전국 민간공항 중 최초로 무안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를 설치하여 실시간 조류 감시 체계를 구축한다.
전담 인력 확충: 현재 4명인 조류 충돌 예방 전담 인력을 12명으로 대폭 증원한다.
AI 기반 조류 퇴치 시스템: 인공지능을 활용한 조류 분석·탐지 기능과 조류 기피제를 탑재한 드론을 개발하여 2028년부터 전국 공항에 배치할 예정이다.
항공사 안전 관리 체계 강화
정비 시간 연장: B737, A320F 기종의 정비시간을 7.1~28% 연장하고, 숙련된 정비사 기준을 2년에서 3년으로 상향 조정한다.
안전 성과 지표 신설: 항공사 대상 안전 성과 지표를 신설하여 성과가 미흡한 항공사는 집중 점검하고 신규 노선 허가를 제한한다.
사망사고 항공사 제재: 사망자 발생 사고를 일으킨 항공사에는 1년간 운수권을 배분하지 않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도입한다.
결론
제주항공 2216편 참사는 단순한 항공사고를 넘어 대한민국 항공 안전 체계 전반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유족들이 140일이 넘도록 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현실은 진상규명에 대한 간절한 요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정부는 안전시설 개선과 제도 개선을 통해 재발방지에 나서고 있지만, 무엇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진상규명을 통해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