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통쾌한 역전 드라마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일본의 인기 작가 이케이도 준이 2006년에 발표한 소설로,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제목은 말 그대로 트럭에서 분리된 타이어가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의미하며, 이 사고로 인한 비극적인 결과와 그 이후 펼쳐지는 진실 규명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
소설은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갑자기 타이어가 빠져나가 길을 걷던 모자(母子)를 덮치는 사고로 시작됩니다. 이 사고로 아들 '다카시'는 살았지만, 어머니 '유기 다에코'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됩니다. 사고 원인은 차축과 타이어를 이어주는 부품인 허브가 파손되었기 때문인데, 트레일러의 제조사인 호프 자동차는 이를 트레일러 소유주인 아카마쓰운송의 '정비 불량'이라고 발표합니다.
하지만 아카마쓰운송의 사장 아카마쓰 도쿠로는 자신의 회사 직원들이 꼼꼼하게 정비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호프자동차의 결론을 납득할 수 없어 직접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이미 '가해자 아키마쓰운송', '뻔뻔한 아키마쓰운송'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단골 거래처의 일방적 계약 파기, 은행의 추가 융자 거절로 회사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고 가족에게까지 그 불똥이 튑니다.
재벌그룹과 은행을 등에 업은 호프자동차라는 거대한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아카마쓰는 점차 절망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리지만, 한 주간지 기자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고 호프자동차 내부에서도 의혹과 갈등의 싹이 서서히 움트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작가 이케이도 준
이케이도 준(池井戸潤)은 1963년 6월 16일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났으며,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미쓰비시 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일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소설에는 은행이나 경제, 경영이 배경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며, 은행 관련 장면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집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됩니다.
1998년 은행의 내막을 다룬 소설 《끝없는 바닥》(果つる底なき)으로 제44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 일본의 변두리 공장 기술과 장인 정신을 그린 《변두리 로켓》으로 제145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외에도 《은빛날개의 이카루스》, 《아키라와 아키라》, 《노사이드게임》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특징과 의미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달리던 트럭에서 빠진 타이어를 맞은 보행자가 사망해 그 책임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법정 다툼이 벌어진 일본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소설은 재미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기업의 조직적 은폐와 같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이케이도 준 소설의 특징은 악한 자는 벌을 받고 선한 자는 보상을 받는다는 결말을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고구마를 차곡차곡 빌드업해놓았다가 한꺼번에 사이다를 시전하는 패턴을 보이며, 등장인물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료합니다. 나쁜 사람은 나쁘고 선량한 사람은 선량하게 묘사되어 이야기 전개가 명확하고 가독성이 좋은 편입니다.
영화와 드라마 각색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어 WOWOW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주연: 나카무라 도루),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모토키 카츠히데 감독이 연출한 영화 버전은 그의 첫 사회고발성 영화로, 대기업의 비리와 그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약자들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목숨이 상실된 사고에 대해 관련 조직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며 왜 그토록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은폐해 가는지를 집중 조명합니다. 많은 배역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독자로서의 감상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처음 80%를 읽을 때까지는 꽉 막힌 고구마처럼 답답함을 느끼게 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결말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 씁쓸하면서도,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 아카마쓰가 부당한 현실에 맞서 꿋꿋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됩니다. 아카마쓰운송의 사장이자, 선대 사장의 아들이자, 호프자동차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운송회사의 희망이자, 가족의 가장으로서 때로는 넘어지고 진흙탕에서 굴러도 다시 일어나는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간접적인 승리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대기업의 횡포와 약자의 투쟁이라는 주제는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대기업의 잘못이 뒤늦게 드러나도 유야무야 묻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일반적인 문학적 가치보다는 독자에게 감정적 몰입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