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이 된 24살' - 그것이 알고싶다가 파헤친 충격적 성폭력 사건의 심층분석
2024년 10월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4살이 된 24살 - 흩어진 증언과 다이어리' 편은 한 젊은 여성이 겪은 비극적인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24살 김지민(가명)씨가 성폭력 피해 후 정신연령이 4살 수준으로 퇴행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 이 방송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비극의 시작: 믿었던 '삼촌'의 배신
지민씨는 늦둥이 외동딸로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비극이 시작된 것은 2021년 11월, 6살 때부터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던 50대 박씨(가명)가 집에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평소 부모님과도 가깝게 지내던 박씨는 집에 놀러 와서 지민씨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고, 이후 지민씨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 직후 밝혀졌습니다. 지민씨는 운전면허 주행연습을 시켜주던 박씨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날도 방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서른 살 넘게 차이나는 박씨가 오랜 기간 지민씨를 모텔 등으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폭로였습니다.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극단적 퇴행
부모님은 즉시 박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날 이후 지민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부모님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졌고,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는 등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결국 지민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4살 수준의 인지능력으로 퇴행했다'는 진단을 받고 정신과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이를 심각한 트라우마로 인한 퇴행성 장애로 판단했습니다. 성인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인지능력이 어린아이 수준으로 돌아간 극단적인 사례로, 이는 성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습니다.
가해자의 주장과 책임 회피
반면 박씨는 지민씨를 강제로 모텔로 데려가거나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지민씨의 정신적 퇴행이 자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지민씨가 사건 1년여 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과거에 앓았던 정신질환이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악화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박씨는 지민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까지 부모에게 돌리며, 지민씨 가족과의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내가 지민이 사망한 것으로 합의 보는 것이다. 성폭행해서 합의 보는 게 아니고 도의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최대 천만 원의 합의금을 제안했습니다.
흩어진 증언들과 유품에서 발견된 증거
가장 큰 난관은 피해자가 경찰에 직접 피해 진술을 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민씨의 부모는 딸의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녹음을 해두었고,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기장과 함께 1장 반 분량의 자필 메모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녹취 파일과 메모를 통해 지민씨는 박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정황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재개되었고, 흩어진 증언들이 점차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비극적인 결말
병원 치료 후 지민씨의 상태는 부모님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조금씩 호전되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6월, 우연히 마트에서 박씨를 마주친 후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다시 상태가 악화되었고, 그로부터 두 달 후인 8월 19일, 엄마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법적 쟁점과 전문가 의견
이 사건에서 가장 큰 법적 쟁점은 피해자의 직접적인 진술 없이 성폭력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비동의 간음죄가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법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이 사건의 가장 강한 증거는 정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관계가 있었던 무렵에 정신적 충격으로 인지장애가 발생했고, 우연히 박씨를 만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정황들이 강제적 성관계를 강하게 추정하게 하는 요소"라는 것입니다.
또한 취재 과정에서 박씨에게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 지인은 "대외적으로 친절하고 자상한 척하지만 스킨십은 기본이고, 술을 먹으면 추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고 증언했습니다.
사회적 의미와 교훈
이 사건은 성폭력 피해의 심각성과 정신적 트라우마의 파괴적 영향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특히 친족·지인에 의한 성폭력이 얼마나 큰 심리적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 정의 구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드러냅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즉시 신고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피해자 진술 외에도 다양한 증거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법적 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의 흩어진 증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미해결 과제
현재 이 사건은 여전히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며, 피해자의 직접적인 진술 없이 가해자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입니다. 지민씨가 남긴 흩어진 증언들이 그녀의 죽음 이후에라도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