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소설 심층 분석 - 위로와 선택의 문학적 의미
위로는 최진영 작가의 소설 세계에서 핵심 주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의 신작 '단 한 사람'은 소설을 통한 위로라는 작가의 일관된 방향성을 더욱 깊고 넓게 확장시킨 작품입니다. 10여 년간 붙들고 지낸 질문을 더 많은 질문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삶과 죽음, 선택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 한 사람'의 다층적 의미와 문학적 가치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줄거리와 주요 인물 분석
'단 한 사람'은 특별한 구조로 시작합니다. 작은 새가 떨어뜨린 씨앗에서 자란 두 어린나무의 뿌리가 닿아 수천 년 연리지 한 그루가 된 나무의 이야기로 소설의 문을 엽니다. 이 나무는 태풍을 견디고, 인간에 의해 파괴되기도 하지만 또한 인간을 살리기도 하는 복합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어서 신복일과 장미수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들에게는 일화, 월화, 금화, 목화, 목수라는 다섯 아이가 있습니다. 이 중 금화가 숲에서 나무에 깔려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도움을 청하러 마을로 내려갔다 돌아왔을 때 언니는 사라지고 동생은 기억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이후 가족들은 금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목화는 특별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꿈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을 위기에 처해있지만, 그녀는 오직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것은 외할머니 임천자와 어머니 장미수에게도 있었던 모계로 이어지는 특별한 운명이었습니다.
선택과 구원의 철학적 의미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은 "많은 사람 중 단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세 세대 여성의 해석은 각기 다릅니다.
외할머니 임천자는 이를 "수십 명 중 한 명"이 아닌 "오십 대 오십"의 문제, 즉 "한 사람을 살리느냐 죽게 두느냐의 문제"로 인식하며 자신의 운명을 수긍합니다. 반면 어머니 장미수는 이를 "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죽도록 내버려두는 존재"가 내린 '벌'로 여겨 삶을 비관하고 경멸합니다.
열여섯 살의 목화는 다른 관점을 발전시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이 과업을 맡긴 존재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 부활한 나무, 시간을 초월한 생명"이라고 생각하며, 삶에 대한 낙관도, 죽음에 대한 비관도 아닌 '판단중지(에포케)'의 자세로 "산 사람들을 살리는 일"에 집중합니다. 이는 삶의 가치나 행색에 대한 판단 없이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는 철학을 보여줍니다.
문학적 장치와 상징성
최진영 작가는 이 소설에서 '환상적 사실주의'의 서사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나무의 생애를 신약성서의 마태복음 1장처럼 조망하는 부분은 종교적 상징성을 더하며, 금화의 실종과 목화의 예지몽은 현실과 초자연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특히 나무는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나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시간을 초월한 생명력, 그리고 인간을 해치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이중적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는 삶과 죽음, 구원과 파괴가 공존하는 현실의 복잡성을 상징합니다.
또한 소설 속 사랑에 대한 구절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는 인간 관계의 다양한 형태와 인식의 한계를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작가의 성장과 문학적 발전
최진영 작가는 2006년 실천문학 단편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한겨레 문학상(2010, 2022), 만해문학상(2020), 이효석문학상(2021), 이상문학상(2023)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실력파 작가입니다. 그는 특히 '위로의 소설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소설 '단 한 사람'을 완성하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이번 소설에서만큼 죽음이란 주제에 몰두해본 적이 없어 힘들었다"며 "죽음을 그만큼 더 보았고, 더 가까워졌으며 특히 있을 수 없는 사회적 참사들을 보아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아픔이 작품에 반영되었음을 암시합니다.
독자 반응과 문학적 가치
'단 한 사람'은 독자들에게 각기 다른 잔향과 의문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이는 최진영 특유의 환상적 사실주의 서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자 개인이 '단 한 사람'으로 감당 중인 삶의 무게와 죽음과의 거리 감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많은 불행보다 작은 행복 하나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읽어냅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삶의 인식이 달라진다는 통찰은 현대 사회에서 특히 의미 있는 메시지입니다.
또한 "우리는 한 개인이기 전에 세상의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이분법으로 세상을 갈라놓기엔 너무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은 소설의 핵심적인 철학을 보여줍니다.
결론: '단 한 사람'의 의미
최진영의 '단 한 사람'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삶과 죽음, 선택과 운명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체념도 허무도 비극도 냉소도 '오늘'의 몫은 아니고, 그 오늘이 산 사람들의 몫"이라는 메시지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위로가 됩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 목화가 깨달았듯이, 우리는 가치 판단을 내리기보다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하며, 구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생명에 집중할 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최진영이 '단 한 사람'에서 새롭게 쓴 위로의 모양은, 결국 타인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