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일인칭 가난』: 안온 작가가 담아낸 가난의 생생한 목소리

꿀깨비 2025. 4.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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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가난』: 안온 작가가 담아낸 가난의 생생한 목소리

 

『일인칭 가난』은 1997년생 청년 작가 안온이 20여 년간의 기초생활수급자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2023년 출판사 '마티'에서 발행된 이 책은 가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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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온: 가난을 글로 승화시킨 청년 작가

안온은 1997년 부산에서 태어나 2019년까지 약 20여 년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습니다. 그녀는 필명으로 '안온'을 선택했는데, 이는 엄마의 성을 따서 '안'씨를 쓰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에 등장하는 인물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모계로 이어진 사람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안온은 현재 석사 수료생이자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문학(특히 시)을 사랑하는 문학 덕후입니다. 백석을 사랑하는 문학박사의 꿈을 가졌으나 생계를 위해 학원강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며 반려고양이 '등단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일인칭 가난』은 33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저히 일인칭 관점에서 작가의 가난한 삶을 그려냅니다. 책은 다음과 같은 주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난의 일상적 순간들

  • 멸균우유 배급: 초등학교 시절 방학식 후 다른 학생들이 다 떠난 뒤 교무실에서 멸균우유를 받아가던 순간
  • 주공아파트 생활: 화명주공아파트와 금곡주공아파트에서의 삶
  • 학창시절의 가난: 학교에서 경험한 가난으로 인한 차별과 상처

가족과 가난의 관계

  • 가족사: 책의 22번째 일화에서야 등장하는 가족 이야기
  • 아버지의 시각장애와 알코올 중독: 사고로 시력을 잃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아버지
  • 어머니의 경력단절: 결혼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어머니
  • 가족 내 자살: 할머니와 아버지의 자살, 그리고 작가 자신의 자살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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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스템과 가난

  • 복지제도의 딜레마: 수급자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
  • 여성의 경력단절: 어머니의 경력단절이 가족 빈곤에 미친 영향
  • 복지신청주의: 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책의 특징과 의의

『일인칭 가난』의 가장 큰 특징은 가난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안온 작가는 가난을 이야기하지만 가난만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가난을 보여주는 데만 급급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자신의 삶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가난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일인칭"이지만 "일인분짜리"는 아닙니다. 개인의 가난은 사회의 가난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가난을 이야기할 때 가족을 제일 나중에 언급한다고 밝히는데, 이는 가난의 원인이 '가족'으로만 수렴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독자 반응과 인기 요인

『일인칭 가난』이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진정성 있는 목소리: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
  2. 공감대 형성: 각자가 경험한 가난, 목격한 가난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
  3. 사회적 메시지: 가난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
  4. 문학적 완성도: 감정을 배제한 채 가난의 편린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문체

사회적 의미

안온 작가는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책을 쓰고 파는데, 가난이라고 못 팔아먹을까. 더 쓰이고 더 팔려야 할 것은 가난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가난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드러나고 공유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가난을 일인칭으로 가두지 말고, 3인칭 즉 우리 모두의 문제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가난한 청년들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지 않는다면, 그 공동체는 왜 존립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일인칭 가난』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을 성찰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안온 작가가 바라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가난의 이야기가 두꺼워지길, 다른 가난의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이고 뭉치길, 그래서 우리가 우리를 알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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