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의 '영원에 빚을 져서': 슬픔과 상실의 무게를 담아낸 현대 소설
예소연의 경장편 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는 2025년 1월 25일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개인의 슬픔과 사회적 참사를 연결하며 상실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부터 문학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2025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작가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품 개요
'영원에 빚을 져서'는 실종된 친구 '석이'를 찾아 캄보디아로 떠나는 두 친구 '동'과 '혜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들은 과거 프놈펜 바울학교로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함께 떠나며 친구가 되었지만, 세월호 참사를 함께 목격한 후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과 슬픔을 대하며 서로 멀어지게 됩니다. 이 소설은 친구를 찾는 여정을 통해 개인적 상실과 사회적 참사, 그리고 그 기억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주요 내용과 테마
슬픔과 상실의 의미
소설은 상실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임을 강조합니다. "상실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극복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관점을 통해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예소연은 인터뷰에서 "죽음을 툭 털어버리고 극복하는 식의 서사는 내 소설에선 좀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며 슬픔을 동반자처럼 곁에 두는 삶의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사회적 참사와 개인의 연결
작품은 세월호 참사(2014년)와 이태원 참사(2022년), 그리고 2010년 프놈펜 꺼삑섬 물축제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를 교차시키며 사회적 비극과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주인공 '석이'가 캄보디아 친구에게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뭐 그런 죽음이 다 있어"라고 말했던 '말빚'에 대한 후회와 책임감은 소설의 중요한 축을 형성합니다.
기억과 애도의 윤리
소설은 "잊지 않을 결심이며, 슬픔의 무게를 헤아리는 배려의 윤리학, 그 빚진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잠시 잠깐이라도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 주셨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기억하는 행위가 갖는 윤리적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작가 예소연
이력과 문학적 성취
예소연은 1992년생으로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짧은 작품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소설집 《사랑과 결함》,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등을 출간하며 제13회 문지문학상,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2025년에는 작품 '그 개와 혁명'으로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문학적 특징과 인기 요인
예소연의 문학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이질적이기까지 한, 폭력적이고 가혹한 사랑의 세계"를 그려내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소설 속 인물의 뛰어난 형상화와 단편소설의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서사의 완결성, 생생한 인물 묘사, 정교한 플롯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작품의 의의와 평가
'영원에 빚을 져서'는 "친구의 실종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사회의 기이한 정상성까지 가닿는" 작품으로, 개인의 슬픔과 사회적 참사를 연결하는 문학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황유지는 이 소설을 "슬픔의 무게를 헤아리는 배려의 윤리학, 그 빚진 마음"이라고 평했습니다.
한 독자는 이 작품을 "비포장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나아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쉽게 읽히지만 "마음엔 뭔가 남는" 소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예소연 특유의 문체와 서사 방식이 독자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효과를 가짐을 보여줍니다.
'영원에 빚을 져서'는 "나의 안위를 위해 타인의 슬픔을 외면한 적이 있는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소설"로, 현대 사회에서 상실과 슬픔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집단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