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 정지 결정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관한 중요한 헌법적 판단으로, 향후 유사 사례에 중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배경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16일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습니다. 이로써 한 권한대행이 지난 4월 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임명 절차가 중단됐습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에 기초한 인사 청문회 등 일체의 임명 절차를 헌법소원 본안 사건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 권한대행이 후보자들에 대해 진행 중이던 국회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임명 재가 등의 절차가 모두 정지됨을 의미합니다.
헌재의 판단 근거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의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했습니다:
- 권한 범위의 불명확성: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고 임명할 권한이 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재판받을 권리 침해 가능성: 만약 권한대행에게 그러한 권한이 없다면, 소송 신청인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임명되지 않은 재판관에 의해 헌법재판이 이루어질 경우, 신청인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회복 불가능한 손해 우려: 헌재는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가처분 인용 뒤 헌법소원에서 기각됐을 때 발생할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한 뒤 헌법소원에서 인용됐을 때 발생할 불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가처분 기각으로 이 법제처장과 함 부장판사가 임명돼 재판이 진행됐는데, 추후 이들의 임명이 '위헌' 판정을 받게 되면 이들이 선고한 결정에 대한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소원 제기 경위와 쟁점
이번 사안의 발단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025년 4월 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4월 18일에 퇴임 예정인 재판관들의 후임으로 지명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환 변호사는 2025년 4월 9일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한 권한대행이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재판관 지명)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하고, 위법한 절차로 들어선 재판관이 하는 헌법재판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자신이 지난해 12월 9일 제기한 '포고령 1호 헌법소원' 사건이 아직 헌재가 심리 중이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으로 자신의 재판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 측의 반박
한 권한대행 측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 '지명'이 아닌 '발표'라는 주장: 한 권한대행 측은 "피신청인의 '후보자 발표'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다"라며 "내부적 의사표시에 불과한 후보자 발표라는 절차가 당사자의 권리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이라거나,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지난 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한 본인 발언과 상충되는 내용입니다.
- 각하 주장: 한 권한대행 측은 '권한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발표는 단순히 임명 의사를 밝힌 것에 불과하고, (가처분 신청) 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도 않았다.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해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포고령 판단 완료 주장: 한 권한대행 측은 '헌재가 이미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포고령에 관한 판단을 했고, 이미 판단된 내용은 언제든지 선고가 가능한 상태다. 신청인이 주장하는 자기관련성은 거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향후 전망
이번 결정으로 인해 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는 헌법재판소의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중단됩니다. 다만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지명·임명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유보한 상태로, 향후 본안 심판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4월 18일에 퇴임할 예정이므로,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입니다. 대선 전에 본안에 대한 결론이 나면 그 판단에 따라 후속 절차가 정해지겠지만, 결론이 늦어질 경우 당선된 새 대통령이 한 권한대행의 지명을 취소하고 헌법재판관 후보를 새로 지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권 범위를 둘러싼 첫 헌법재판 결정으로,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의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