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 숭유억불 시대 속 조선 불교의 명맥을 찾아서

꿀깨비 2025. 5. 11. 06:00
반응형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 숭유억불 시대 속 조선 불교의 명맥을 찾아서

반응형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불교 사찰들을 통해 조선 시대 불교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풀어낸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이 2025년 5월 1일 출간되었습니다.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로 알려진 황윤 작가의 이 책은 흔히 지방의 유명 사찰에 가려져 있던 서울 사찰들의 이야기를 조선 불교사의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책의 주요 내용과 의미, 그리고 작가 황윤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불교와 성리학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서울 사찰들의 이야기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은 조선 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가 가장 박대받던 시기에 성리학과의 치열한 대립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온 서울 사찰들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을 넘어 조선 불교의 현실과 생명력, 불화와 불상 보는 법, 그리고 불교 세계관에 대한 심층적인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책은 '사라진 사찰 원각사'의 이야기로 시작해 흥천사, 봉은사, 승가사, 옥천암 마애불좌상, 호국지장사, 달마사, 조계사까지 서울에 존재하는 주요 사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특히 원각사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보신각종의 유래와 원각사종의 운명을 추적하며 조선 불교사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조선 불교 미술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다

이 책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작인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 '팔상도' 등을 소개하며 불화와 불상 감상법을 정리해준다는 점입니다. 특히 작자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를 월인석보의 '팔상도'와 비교 분석하고, 궁궐 디자인과 의복 양식 등을 근거로 조선 전기 작품임을 밝혀내는 과정은 역사적, 고고학적 흥미를 자극합니다.

 

저자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다룬 팔상도의 여러 버전 중 15세기에 그려진 작품들을 자세히 소개하며, 이 작품들이 최근 국내에서 나란히 전시되어 그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알렸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불교 미술에 담긴 역사와 예술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의 접근 방식은 불교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왕실과 불교의 밀접한 관계

책은 또한 세조와 원각사, 태종과 신덕왕후, 세종대왕과 불교의 관계 등 조선 왕실과 불교의 밀접했던 관계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룹니다. 특히 '왕실 여성과 불교'라는 장에서는 내불당과 삼불삼세도, 정업원과 비구니, 문정왕후의 불화 등을 통해 조선 시대 왕실 여성들이 불교를 어떻게 수용하고 보존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흥천사와 흥선대원군의 관계, 봉은사와 관련된 인물들(광평대군, 문정왕후, 보우, 서산대사, 사명대사, 추사 김정희, 흥선대원군 등)의 이야기는 조선 불교가 어떻게 정치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반응형

황윤, 법학도에서 역사 대중서 작가로

이 책의 저자 황윤은 박물관 마니아이자 역사 대중서 작가로,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으나 역사와 박물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군 제대 후 20대 초반부터 박물관을 즐겨 찾기 시작했고, 특히 인사동의 고미술 가게에서 일하며 고미술과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2010년 첫 책 「중국청화자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으며, 「박물관 보는 법」(2015)과 「일상이 고고학-나 혼자 경주 여행」(2020)은 4쇄까지 찍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의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는 백제, 경주, 가야, 제주, 전주 등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황윤 작가는 인터뷰에서 "매일 새벽 3시쯤 일어나서 8시 반까지 원고를 쓰며, 가족 여행을 떠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쉬지 않고 매일 책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30권까지는 내 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이러한 작업 윤리와 열정이 그의 책에 깊이와 신뢰성을 더하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특별한 서울 사찰 여행의 안내서

이 책은 단순한 사찰 소개서가 아닌, 조선 시대 불교의 역사와 세계관을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안내서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추천으로 그 깊이와 신뢰를 인정받은 이 책은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을 통해서 선악과 호오(好惡)를 가르는 분별심을 내려놓고, 고락(苦樂)의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서울 사찰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불법을 마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자는 "꿈과 같은, 그러니까 현실 같지 않는 장면에 감탄하며 한동안 두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니, 두 분의 미소가 오늘따라 더욱 내 맘에 잘 다가왔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미소보다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며 불교 미술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감상을 나누기도 합니다.

반응형

일반인을 위한 불교 문화의 친절한 해설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일반인이 박물관이나 사찰에서 불교 문화를 깊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황윤 작가의 "격이 다른 쉬운 설명"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불상과 불화를 보는 안목을 길러주며, "드디어 알게 되었다"는 경지를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사찰에 외국인과 젊은 세대의 방문이 크게 늘어나고, 이들이 불교적 배경과 사찰에 관한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방문한다면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납니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

황윤 작가는 자신의 책을 통해 단순히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시험 보는 인생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전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역사 공부의 방법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시대부터 봐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는 진정한 흥미와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역사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은 숭유억불 정책 속에서도 살아남은 불교의 힘을 전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사적 시각을 제공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사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이 책은, 조선 불교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