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단어 옆에 서기: 우아한 문장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 조모란의 작법서 심층분석

꿀깨비 2025. 5.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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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옆에 서기: 우아한 문장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 조모란의 작법서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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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단어로 우아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비밀은 무엇일까?

 

영국의 사회문화사학자 조 모란(Joe Moran)이 2025년 4월 출간한 『단어 옆에 서기』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특별한 작법서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기술서가 아닌, 텍스트의 가장 작은 단위인 단어에서부터 문장, 그리고 문단까지 이르는 여정을 통해 유일무이한 글을 쓰는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서입니다.

단어를 통해 삶을 이해하는 법

 

"이 종잡을 수 없이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난장을, 그러니까 인생을, 문장으로 아주 잠시 이해한다"라는 구절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조 모란은 문장이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삶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합니다. "문장은 글쓰기의 공유 자원, 모든 작가가 발을 내딛는 공동의 지면"이라는 저자의 말은 문장의 보편성과 중요성을 드러냅니다.

 

『단어 옆에 서기』는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문장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합니다. 책은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라는 제목의 첫 장을 시작으로, 문장의 기본 구조, 생동감 있는 단어 선택, 일상적인 것을 경이롭게 표현하는 방법, 긴 문장을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 문단을 구성하는 기술까지 글쓰기의 전 과정을 폭넓게 다룹니다.

저자 조 모란, 평범한 일상에 주목하는 학자

조 모란은 존무어스대학교 영어 및 문화사 교수로, 리즈대학교에서 국제 정치사 및 정치학을, 서섹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는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등 여러 유명 매체에 기고하며, 전후 및 현대 영국 문화사, 일상의 역사와 이론, 시와 논픽션 분야의 글쓰기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지치게 하는 삶"이라는 독일 비평가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표현을 빌려 일상의 진부하고 시시한 세부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단어 옆에 서기』에서도 명확히 드러나, 평범한 단어들이 어떻게 우아한 문장의 행렬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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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쓰는 일, 미적분을 푸는 것만큼 어려운 도전

조 모란은 "좋은 문장을 쓰는 일은 미적분을 푸는 일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문장의 기본 구조를 아는 것과 독자를 움직이고 매혹시키는 문장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죠.

 

저자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장인의 기술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문장을 찾고 그걸 고통스러우리만치 오래, 의미를 지나쳐서 그 형태가 눈에 들어올 때까지 들여다보라"고 조언합니다. 문장의 형태와 리듬, 균형, 그리고 마침표의 "작고 건강한 마무리 동작"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작법서를 넘어선 작법서, 문장과 삶의 교차점

『단어 옆에 서기』는 단순한 글쓰기 기술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학술 용어와 사변을 최대한 덜어내고, 과학, 역사, 철학, 문학을 참조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평범한 단어들이 어떻게 우아한 문장으로 변모하는지 보여줍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잘 쓰인 문장은 자기 연민과 진부함의 해독제"라고 말합니다. 상투적인 표현이나 유행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의 힘을 강조하는 것이죠. 또한 고대인이 경구를 통해 "한 문장에 변화를 만드는 법, 단어가 나열된 그 한 줄에 작은 의미의 세계를 가두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합니다.

 

문장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고대의 예술 법칙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경제성에서 나온다"며, 달리기 선수가 근육 과잉을 경계하듯 작가는 단어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는 월터 페이터의 말을 인용합니다.

문장과 삶의 연결고리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문장을 통해 삶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삶은 구체적이면서 추상적"이라는 표현처럼, 문장 역시 구체와 추상을 오가며 우리의 복잡한 경험과 사고를 담아냅니다.

 

조 모란은 "최초의 경구이자 최초의 문장은 죽음을 기록한 비문이었다"고 말하며, 문장이 필연적으로 마침표로 끝나는 것처럼 삶도 언젠가는 끝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이처럼 문장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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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구성과 독자와의 소통

책의 후반부에서는 문단 구성과 독자와의 소통 방식에 대해 다룹니다. "첫문장, 첫문단에 핵심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원칙을 통해 독자가 글을 읽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또한 "맨 마지막에 한 번 더 핵심 메시지를 담은 문장을 써서 자신이 읽은 글이 무슨 내용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도와"주는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단어 옆에 서기』는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독서의 순전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책으로도 손색없"습니다. 역사, 철학, 문학에서 확장한 은유와 은근한 농담, 가벼운 유머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시인 김민정은 이 책에 대해 "흥미진진한데 팝콘을 씹어가며 읽을 수가 없습니다. 색색의 형광펜을 바꿔가며 쥐어야 하기에 손이 모자라는 연유입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이 담고 있는 통찰과 지혜가 풍부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조 모란의 『단어 옆에 서기』는 단어와 문장, 그리고 문단을 통해 우리의 삶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귀중한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글쓰기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단어와 문장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모든 독자에게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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