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룡의 신간 『영어가 안 느는 저주를 푸는 해법』은 한국인의 고질적인 영어 학습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영어 학습법이 아닌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점검하게 만듭니다. 한국인이 수십 년간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영어 능력이 정체되는 현상을 '저주'로 표현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겹신(mem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우리의 사고방식 변화를 제안합니다.
본 분석에서는 저자와 책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한국인 영어 학습의 문제점과 북유럽 국가들의 성공 사례를 비교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저자 모기룡의 학문적 배경과 연구
모기룡은 건국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 문화정보콘텐츠학 석사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인지과학 박사 학위(Ph.D. in Cognitive Science)를 받은 인지과학자이자 작가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로 지원을 받았으며, 『왜 일류의 기업들은 인문학에 주목하는가』, 『불과 물의 지혜』,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나'라는 브랜드로 살아남기』, 『자기 객관화 수업』, 『네 번째 지혜』(장편소설), 『누구나 자신이 궁금하다』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습니다.
특히 언어학습과 관련해서는 『문법 없이 영어구조 배우기』라는 책도 발간한 바 있어, 영어 학습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5월 출간 예정인 『영어가 안 느는 저주를 푸는 해법』은 그의 인지과학적 연구와 철학적 통찰이 언어 학습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어가 안 느는 저주를 푸는 해법』의 핵심 내용과 개념
겹신(meme)의 개념과 영어 습득의 관계
이 책에서 저자는 '겹신'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겹신은 'meme'의 한국어 번역으로, 문화적으로 전파되는 아이디어나 행동 패턴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한국어 겹신과 영어 겹신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한국어 겹신이 방해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아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영어학습을 방해해왔던 한국어 겹신에 분노하고 화를 내도 좋습니다. 그것의 이기주의 때문에 자신에게 엄청난 경제적, 시간적 손해와 심적 고통과 자아실현의 좌절이 발생했습니다."
디커플링(decoupling)을 통한 사고방식 전환
저자는 한국어 겹신으로부터의 '디커플링(분리)'을 강조합니다. 즉, 영어를 한국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아가 한국어 겹신과 동조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영어가 한국어와 너무나 다르게 보이고 느껴질 것입니다. 그런데 자아가 한국어 겹신과 디커플링되고 영어 겹신까지 받아들이고 난 뒤에는, 달라질 것입니다."
완벽주의 극복과 표현의 중요성
책에서는 한국인들의 영어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완벽주의'를 지적합니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조금 틀린 문법도 괜찮다, 표출하라"
"절대 진리처럼 완벽히 올바른 것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강 옳은 것이면 가급적 표출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영어 겹신에게도 이익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원어민과 한국인의 태도 차이에서도 드러납니다.
"왜 영어를 틀리게 말할 때 한국인이 비웃고 영어 원어민은 오히려 더 너그러울까요? 각각 한국어 겹신과 영어 겹신의 입장 때문이겠지요. 영어를 습득하고 싶다면 한국어 겹신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영어 겹신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한국인 영어 학습의 근본적인 문제점
지식으로서의 영어 접근법
한국인의 영어 학습 방식은 언어를 '의사소통 도구'가 아닌 '암기해야 할 지식'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언어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고, 실제 활용 능력을 저해합니다.
"시험 준비에 치우친 영어 교육으로 인해, 영어 시험 준비 과정에서 강조하는 문법, 어휘력, 읽기는 더 이상 영어 실력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더 강조하게 되었다. 따라서 실제 영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 영어 시험은,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 목적이 아니라 암기해야 할 지식으로 받아들이게 한 책임이 있다."
완벽주의와 체면 문화의 영향
한국 사회의 체면 문화와 완벽주의는 영어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고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오히려 말하기와 쓰기 능력 발전을 저해합니다. 이는 모기룡이 지적한 '한국어 겹신'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학교 영어 교육의 문제점
시험 중심의 교육 체계
한국의 영어 교육은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어 시험 성적 향상에 중점을 둡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실용적인 영어 사용 능력 개발을 등한시하게 만듭니다.
"10년 넘게 공부하고도 영어 한마디를 못하는 영어 교육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문법과 암기식 교육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영어 교육이 읽기 교육에 치중된 것은 불가피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의사소통 능력보다 문제 풀이 능력 강조
한국의 영어 시험은 문제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춘 서술식 및 객관식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실제 영어 의사소통 능력보다는 문제 풀이 기술을 개발하게 합니다.
"한국의 영어 시험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문제 풀이 능력만을 쌓게 되어, 실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역 간 영어 교육 불균형
한국에서는 서울과 지방 간의 영어 능력 격차가 30점 이상 벌어져 교육 자원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개인의 노력 문제가 아닌 교육 자원 불균형에서 비롯됩니다.
토익, 토플 등 시험 위주 영어 학습의 문제점
시험별 특성과 실제 영어 능력과의 괴리
토익과 같은 시험은 공식처럼 풀 수 있게끔 훈련받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영어 능력과는 상관관계가 낮을 수 있습니다.
"토익은 공식처럼 풀 수 있게끔 학원에서 훈련을 시켜주고, 많은 실전문제 풀이로 900점대를 받기 매우 쉬운 시험입니다."
반면, 토플과 텝스는 실제 영어 능력을 더 정확히 평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토플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고득점이 불가능한 시험이고, LC기본기가 약하면 정말 운이 좋지 않은 이상 80점도 절대 못 넘습니다."
시험의 목적 차이에 따른 한계
"TOEIC 시험은 비즈니스 영어를 위주로 봅니다. 그래서 가상의 이메일, 팸플릿 등의 매우 재미없는 지문들이 나오죠. 반면 TOEFL 시험은 학술적 영어를 봅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토익만으로는 영어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국제적 인정 범위의 차이
"위에 나온 이유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와 대학에서는 토익시험 점수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일본, 한국 기업과 학교들이 인정을 해줄 뿐이지 대부분 국가에서는 무슨 시험인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토익은 국제적 인정 범위가 제한적이며, 이는 한국 영어 교육의 국제적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유럽인들의 우수한 영어 능력 분석
북유럽 국가들의 영어 능력 현황
EF 영어능력지수(EF EPI)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외국어로서의 영어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2020년 조사에서는 네덜란드가 1위, 덴마크가 2위, 핀란드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언어적 유사성의 이점
북유럽인이 영어를 잘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모국어가 영어와 유사한 언어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르만어족에 속하는 이들 언어는 영어와 어휘, 문법, 발음 등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학습에 유리합니다.
일상에서의 영어 노출과 몰입 환경
북유럽인들은 일상적으로 영어권 미디어를 소비하며 영어에 몰입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자막과 함께 원어로 시청하는 문화는 자연스러운 영어 학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교육 시스템의 차이
북유럽 국가들은 훌륭한 공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어린 나이부터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교육을 시행합니다.이는 한국의 문법과 독해 중심 교육과는 대조적입니다.
한국의 영어 능력 현황과 위기
최신 EF EP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16개 국가 중 50위를 기록했으며, 점수는 523점으로 전년도보다 2점 하락했습니다. 이는 2년 연속 하락한 수치이며, 특히 젊은 세대(18-20세 및 21-25세)의 영어 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입니다.
"최신 EF EPI 2024 보고서에 따르면, 18~20세 및 21~25세 그룹에서 영어 능력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의 경제적 및 산업적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영어 교육의 개선 방안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
영어 교육의 중점을 문법과 독해에서 의사소통 능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영어 면접이나 구술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실전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도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겹신'의 개념을 활용한 심리적 접근법 변화
모기룡이 제안하는 '한국어 겹신'과 '영어 겹신'의 분리 개념을 활용하여, 영어를 한국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로 접근하는 심리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학습법 변화가 아닌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영어 노출 환경 조성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일상에서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소셜미디어, 휴대폰 설정 등에서 영어 사용을 늘리는 방법이 제안됩니다.
AI와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학습 방법
AI 기반 맞춤형 교육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는 학습자의 수준과 관심사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모기룡의 『영어가 안 느는 저주를 푸는 해법』은 한국인의 영어 학습에 있어 단순한 학습법의 변화가 아닌, 사고방식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겹신'의 개념을 통해 우리가 영어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철학적 접근은 매우 의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이 직면한 문제들-시험 중심의 교육, 의사소통보다 문제 풀이 능력 강조, 완벽주의적 접근 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여, 영어 노출 환경 조성과 의사소통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금 틀린 문법도 괜찮다, 표출하라"는 모기룡의 메시지처럼,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표현하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영어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이며, 그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보다 심리적 접근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영어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히 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은 교육 시스템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영어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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