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의 현대 기아문제 심층분석과 해결책

꿀깨비 2025. 5.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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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의 현대 기아문제 심층분석과 해결책

 

전 세계가 12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는 시대에 여전히 8억 5,0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장 지글러의 명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현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모순을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인류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식량권이 어떻게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구조에 의해 침해되고 있는지를 아들과의 대화 형식으로 명쾌하게 풀어낸 이 책은 전 세계 9개 언어로 번역되어 기아문제의 기본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저자 장 지글러의 삶과 활동

장 지글러(Jean Ziegler)는 1934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제네바대학교와 소르본대학교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적 기반을 다졌습니다. 1981년부터 1999년까지 스위스 연방의회에서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제법 분야에서 인정받는 학자이자 실증적인 사회학자로, 인도적인 관점에서 빈곤과 사회구조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기아문제연구자입니다.

 

지글러는 단순한 이론가가 아닙니다. 그는 기아 문제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실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아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합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비롯해 『탐욕의 시대』, 『빼앗긴 대지의 꿈』,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인간의 길을 가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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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형식으로 기아의 실태와 원인을 쉽게 설명합니다. 총 2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아의 현실부터 시작하여 그 원인과 해결책까지 체계적으로 다룹니다.

기아의 충격적 현실

책은 8억 5,0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기아의 위험에 처해 있는 충격적인 현실에서 출발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한 사람이 3분에 1명꼴이라고 합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세계 농업 생산력으로 계산했을 때,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현재 인구의 2배인 120억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아의 구조적 원인

지글러는 기아의 원인이 단순한 자연재해나 전쟁뿐만 아니라 빈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의 필연적인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FAO의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의 구분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원인들을 지적합니다:

  1. 맬서스의 인구론을 추종하는 백인 우월주의: 식량 부족이 인구 과잉에서 비롯된다는 맬서스 이론이 여전히 일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습니다.
  2. 선진국들의 자국이기주의와 식민지 지배: 과거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식민지국가의 농업 형태 왜곡과 그에 따른 식량의존, 착취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3. 곡물과 식품 다국적 기업의 횡포: 농산물 시장을 독점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취하는 한편, 생산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신자유주의와 금융과두 지배: 기득권자들의 무한 욕망을 추동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금융과두 지배 구조가 빈곤층의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5.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사막화와 삼림파괴 같은 환경 문제가 식량 생산 조건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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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사례들

책에서는 소말리아, 부르키나파소, 칠레 등 여러 국가의 사례를 통해 기아 문제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부르키나파소의 혁명가 상카라의 사례는 인상적입니다. 상카라는 자국의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했으나, 그의 정책이 기존 기득권층과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반하자 암살당했습니다.

 

또한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비참한 현실, 소는 배불리 먹으면서 사람은 굶는 모순된 현실도 자세히 설명합니다. 구호조직의 활동과 딜레마,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충격을 줍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단순히 기아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성도 제시합니다.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

지글러는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구호활동만으로는 부족하며, 근본적인 구조적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특히 그는 "기아문제의 해결은 오직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워 자립경제를 실현하는 것만이 그 첩경"이라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책임과 연대

책은 독자들에게 배가 터지도록 먹어대다 못해 음식을 함부로 낭비하고 폐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굶주려 죽는 사람이 공존하는 불평등한 현실과 세계질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지글러는 이러한 식량문제가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반인도적 범죄'임을 강조합니다.

식량권의 중요성

지글러는 먹는다는 것이 인간 모두가 함께 누려야할 천부적 권리임을 강조합니다. 음식은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 생존의 절대 조건이며, 음식이 없다면 인간에게 어떤 활동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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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의의와 시사점

2025년 현재, 장 지글러의 책이 출간된 지 약 20년이 지났지만, 그의 문제의식과 분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뭄, 내전 등의 영향으로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이집트, 예멘 등 여러 나라들이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생산량 감소도 계속되고 있으며, 2020년 현재 식량 자급률이 45.8%, 곡물자급률이 20.2%인 한국의 경우도 식량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앞으로 10년 안에 식량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론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식량권이 어떻게 정치적, 경제적 구조에 의해 침해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저작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기아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아와 빈곤의 문제는 단순히 식량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와 정의의 문제이며, 이는 결국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지글러가 말했듯이,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류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임을 이 책은 강력하게 상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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