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한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사고가 노후 헬기 사용과 안전 관리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11일 만에 연이어 발생한 두 건의 치명적인 사고는 산불 진화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연이은 헬기 추락 사고 개요
2025년 4월 6일, 대구시 북구 서변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74세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헬기는 대구 동구청이 임차한 미국 '벨'사의 'BELL 206L' 모델로, 기령이 무려 44년인 노후 기종이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헬기는 물을 퍼올린 후 갑자기 균형을 잃고 추락했으며, 산불 진화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떨어졌습니다.
이 사고는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고 이후 불과 11일 만에 발생했습니다. 의성에서는 기령 30년된 헬기가 추락해 73세 조종사가 사망했으며, 이 헬기 역시 산불 진화를 위해 강원도가 임차한 것이었습니다.
노후 헬기의 안전성 문제와 정비 체제
한국의 산불 진화용 헬기는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운용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자체 보유 헬기를, 지자체는 민간에서 임차한 헬기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이 헬기들의 상당수가 노후화되었다는 점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산림청 보유 헬기 50대 중 다수가 노후화되어 있으며, 산림청 헬기의 30% 이상이 30년 이상된 기체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비 인력 역시 부족한 상황으로, 산림청의 경우 헬기 1대당 정비 인력은 1.9명 수준으로, 해양경찰청(1대당 5.5명), 소방청(1대당 4명), 경찰청(1대당 3.3명)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지자체가 임차하는 민간 헬기의 경우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것입니다. 임차 헬기는 "항공기 사용 사업으로 분류돼 있어 나이 등 규정이 느슨한 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고령 조종사와 위험한 작업 환경
최근 두 사고에서 모두 조종사가 70대였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불 진화 작업은 저고도에서 정밀하게 물을 투하하고, 연기 속에서 방향을 잡는 고난도 작업인데다 기체는 극심한 엔진 부하와 기체 진동을 견뎌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종사에게는 높은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됩니다.
전문가들은 고령 조종사들이 반복적으로 고강도 작업 환경에서 비행하게 되면 피로가 급속히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현재 산림청과 소방청의 헬기 조종사 90% 이상이 군 출신 퇴역 조종사들로, 이들이 반복적으로 같은 작업에 투입될 경우 피로도가 누적돼 집중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불 진화 헬기 사고의 역사적 맥락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산불 진화 중 헬기가 추락한 사례는 10건으로, 이로 인해 16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습니다. 최근 사고들을 포함하면 12년간 발생한 11건의 추락 사고로 17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지자체 임차 헬기 사고의 경우 산림청 헬기 사고에 비해 기체 나이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2022년 11월 강원도 양양에서는 기령 47년인 헬기가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해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그 외에도 △2022년 5월 경남 거제 추락(기령 52년) △2020년 3월 울산 울주 추락(기령 41년) △2016년 3월 경기 화성 추락(기령 44년) 등 많은 사고에서 노후 헬기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현장 감식과 원인 조사
대구 산불 헬기 추락 사고 이후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경찰, 소방 등과 함께 현장 감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조사의 핵심이 될 비행기록장치를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는 44년된 노후 기종이 높은 온도에도 견디는 블랙박스가 아닌 보조기록장치만 달려있었기 때문으로, 사고 후 발생한 폭발로 인해 장치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불 진화 시스템 개선을 위한 과제
이번 연이은 사고는 한국의 산불 진화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대형화, 장기화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헬기 관리 및 운항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은 213시간 43분간 지속됐고, 2025년 3월 산청·하동 산불은 214시간 34분 만에 진화되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후 헬기의 순차적 교체와 함께 조종사 연령 제한, 정비 인력 확충, 안전 관리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산불 진화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입니다. 노후화된 헬기와 불충분한 안전 관리 체계는 진화 작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소중한 인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불 진화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촌호수 벚꽃축제 종합 분석: 서울의 봄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 (6) | 2025.04.09 |
---|---|
경남 하동 산불 99% 진화율 달성: 이틀째 진화 작업과 주민 안전 대책 분석 (1) | 2025.04.08 |
전국 맑은 날씨와 강한 바람 예보: 남부 내륙 중심 기온차 15도 이상 (1) | 2025.04.08 |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장 인사 논란: '알박기'와 '보은성' 인사의 실태와 배경 (1) | 2025.04.08 |
이재명 대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첫 재판 심층분석: 1억653만원 사적 사용 의혹 전말 (4) | 2025.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