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은 한국 탐사보도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에피소드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방송은 물대포에 맞아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둘러싼 쟁점들을 냉철하게 분석했으며, 경찰의 살수차 운용 실태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건의 배경과 방송의 핵심 내용
2015년 11월 14일, 쌀값 인상을 요구하며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던 농민 백남기 씨는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습니다. 당시 백남기 농민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한 것은 충남 살수차 9호였으며, 주변 사람들이 정신을 잃은 그를 옮기는 동안에도 살수는 계속되었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습니다:
1. 살수차의 위력 실험
제작진은 경찰이 살수차 안전성의 증거로 제시한 2008년 물대포 안전성 테스트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보고서에 기재된 것과 동일한 조건의 실험을 진행했는데, 경찰의 실험 영상과는 달리 5mm 강화유리가 수압 7바에서 완전히 깨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 실험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 사항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시위대와의 거리에 따라 물살 세기를 조절해야 하고, 직사살수 시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살수차 내부에는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가 없었고, 당시 살수차를 운용한 한 경장은 "지형지물, 건물 위치 확인으로 거리를 짐작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슴 아래가 아닌 머리를 향해 직사살수했다는 점입니다.
3. 3D 입체영상 시뮬레이션
제작팀은 3D 입체 영상 분석을 통해 당시 물대포와 백남기 농민 간의 거리와 각도를 정확히 재현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사용됐던 살수차와 같은 크기의 노즐, 동일한 수압으로 실제 물대포의 강도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4.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쟁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고, 병원에 온 이후 한 번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경찰은 물대포에 의한 머리손상이 직접적인 사인인지 밝히려면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되었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는 가족들이 최선의 치료를 다하지 않아 사망한 것이므로 병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송의 사회적 영향과 의의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편은 방영 직후 화제성 지수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기독언론대상, 푸른미디어상, 민주언론상 등 여러 미디어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방송은 단순한 시사 보도를 넘어 사회적 의제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방송 다음 날인 2016년 10월 24일에는 고 백남기 농민 부검 저지를 위한 삭발식 현장에서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이 SBS 기자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의 책임PD는 "방송 다음 날 아침에 경찰이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재진입 시도를 하려다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적어도 불필요한 논란을 정리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제작 철학과 영향력
1992년 첫 방송을 시작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26년의 역사를 가진 SBS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입니다. 초기에는 살인, 유괴, 강간 등 강력 범죄 사건과 UFO, 초자연적 현상 등을 다루는 B급 시사 추리물 같은 성격이었으나, 1993년 이후 점차 정치,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중심이 옮겨갔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사건 보도에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은 사회적 맥락과 메시지를 찾아낸다는 점입니다. 제작진은 "맥락 없는 살인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며 "이 사건을 통해 사회적인 의제를 만들 수 있는지, 우리만의 관점이나 시각을 담을 만한 부분이 있는지를 고려한다"고 설명합니다.
MC 김상중은 "그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프로그램과 일체화된 진행을 보여주며, "작가의 원고에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힘 있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결론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편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상파 방송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가운데에서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의 명성과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방송은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고, 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언론의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진행자 김상중이 방송 말미에 언급했듯이,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면 이 모든 것은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일깨우는 의미 있는 발언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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