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계단과 삭흔 -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부제로 8년째 아내 살인죄로 복역 중인 재일한국인 박종현 씨의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뤘습니다. 명문 교토대 법대 출신으로 일본 유명 만화 출판사 고단샤에서 '진격의 거인' 등 인기 작품을 담당하던 편집차장이었던 박 씨는 일본인 아내 가나코 씨와 결혼해 4남매를 둔 성공한 가장이었습니다.
사건의 개요와 두 가지 시나리오
2016년 8월 9일 새벽, 박종현 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날 새벽 1시경 귀가한 그는 산후 우울증을 앓던 아내가 막내 아이(당시 10개월)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아내가 칼을 들고 아이를 해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몸싸움이 벌어졌고, 박 씨는 아이를 안고 2층 아이들 방으로 피신했다가 약 30분 후 나와보니 아내가 계단 손잡이에 그의 재킷으로 목을 매고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박종현 씨가 1층 침실에서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사고처럼 위장하기 위해 시신을 계단으로 옮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침실 매트리스에서 발견된 소변 자국과 침 자국을 제시했으며, 이것이 엎드린 가나코의 신체 비율과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증거와 쟁점 분석
법의학적 증거 해석의 차이
검찰이 주장한 핵심 증거 중 하나는 가나코의 이마와 턱 아래에 있던 상처였습니다. 검찰 측 법의학자는 이 상처들이 박 씨가 아내를 계단으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시신을 끌고 갈 경우 턱 아래는 계단과 전혀 닿지 않아 찰과상이 생길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시신을 밀거나 끌었을 경우 후두부가 계단과 부딪혀 두개골 골절이나 경추 골절이 예상되는데, 가나코의 시신에서는 이러한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였으며, 신체에 다른 골절은 없었고 사인과 관련된 어떤 상처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큰딸의 증언
사건 당시 9살이었던 큰딸은 아버지가 막내를 안고 아이방 문 앞에 서 있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박 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기억이었으나, 딸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증언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칼 흔적의 증거
가나코가 칼로 2층 방문을 두드렸다는 박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실제 문에 식칼의 파편이 끼어 있었던 것이 현장 검증에서 밝혀졌습니다. 검찰이 이를 증거로 압수했음에도 재판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비합리적 행동과 의문점
계단 추락 요청의 의미
박 씨가 경찰과 구급대원에게 "아내가 계단에서 떨어진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한 점이 수사기관의 의심을 샀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이를 아이들이 어머니의 자살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계획적으로 살인하고 사고로 위장하려는 사람이 '계단에서 떨어진 것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하겠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단
2022년, 사건 발생 6년 만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사실오인에 따른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는 드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일본 법조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었으나, 환송심에서는 다시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가족의 상처와 현재
사건 이후 네 자녀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도 떨어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박 씨는 8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매월 '아빠 학교'라는 이름으로 네 자녀에게 각각 편지를 보내며 소통해왔습니다. 사건 당시 아기였던 막내는 이제 9살이 되었고, 첫째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결론
'그것이 알고싶다'가 조명한 이 사건은 법정에서 미처 밝혀지지 못한 다양한 증거와 의문점들을 제기하며 8년간 억울함을 호소해온 박종현 씨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작진의 심층 취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찰 측 주장의 모순점이 드러났으며, 복잡하게 얽힌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습니다.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법적 증거의 해석, 외국에서 살아가는 재일교포의 삶, 그리고 사법 정의의 문제를 깊이 있게 조명한 이번 방송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박종현 사건의 시사점
이 사건은 단순한 가정비극을 넘어, 법의학적 증거 해석의 중요성과 외국에서 재판받는 한국인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특히 일본 최고재판소가 원심을 파기한 드문 결정을 내렸음에도 다시 유죄가 선고된 점은 일본 사법제도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박종현 씨는 지금도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하며 8년째 법적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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