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와 연인이었던 전청조의 사기 사건은 한국 언론의 선정성과 사생활 침해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언론의 과열된 보도 경쟁과 선정주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전청조 사건의 언론 보도 과열 현상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전청조 사건은 유명인의 사생활에 불과했지만 성전환, 성관계, 사기 등의 자극적 요소가 결합되면서 언론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단독' 보도를 남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기간에 엄청난 양의 기사가 생산되었으며, 미디어오늘의 조사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11일 동안 약 4,000개의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전청조는 남현희의 조카에게 투자를 하면 1년 뒤 돈을 불려주겠다고 약속하며 억대의 돈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앱 개발 투자 명목으로 2천만 원을 가로챘다는 고소장도 경찰에 접수되었으며, '재벌 혼외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청조는 과거에도 2018년부터 10명에게 2억 9천여만 원을 가로채 2020년 사기 혐의로 징역 2년 3개월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습니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윤리적 문제
신문윤리위원회는 전청조-남현희 사건과 관련한 자극적 기사를 쓴 30개 매체 43건의 기사에 제재를 내렸습니다. 이는 단일 사건 기사에 이처럼 많은 제재를 내린 이례적인 사례로, 세계일보,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뉴스1 등 유력 언론사들이 포함되었습니다.
문제가 된 보도들은 주로 남현희와 전청조의 성관계, 신체 부위에 대한 언급, 사생활 침해 등 선정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스포츠조선, 서울경제, 서울신문 등 10개 매체는 남현희가 CBS 인터뷰에서 한 발언 중 성관계와 관련된 부분을 자극적으로 다루었으며, 제목에 신체 부위를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세계일보, 헤럴드경제, 뉴스1 등 5개 언론사는 유튜버가 진행한 자극적 인터뷰를 인용해 전청조와 데이팅앱을 통해 만난 남성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신문윤리위는 이러한 보도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며 피의자의 일탈이나 성정체성 등 사생활을 관음적 시선으로 접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선정보도의 동기와 악순환 구조
이러한 선정적 보도 경쟁의 근본 원인은 클릭수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경제적 동기에 있습니다. 여성조선은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방적 주장을 전달하는 수준의 보도를 계속했으며, "추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는 언급을 통해 클릭 수만을 노린 선정적 보도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사들이 자제력을 잃고 점입가경으로 빠져드는 참담한 보도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유명인의 개인 사생활에 초점을 맞춘 무차별적 보도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봐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음증을 조장한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공적 책임과 진실 보도의 위기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러한 선정적 보도가 보도 목적의 공익성과 절차적 과정에서의 윤리성이라는 전통적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나 사생활까지 뉴스화하는 행태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계와 인식 제고라는 목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선정적 보도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공적 관심사에 대한 보도가 주목받지 못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관심과 주목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선정적 흥미와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적 욕구에 부응하는 정보들이 범람하면 사회 현실과 공적 관심사에 투여 가능한 주목은 줄어들게 됩니다.
언론 보도의 책임과 개선 방향
인터넷신문윤리강령에 따르면 언론은 선정보도를 지양하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개인의 명예, 사생활, 개인정보 및 인격적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언론은 대중의 호기심이라는 방패막이 뒤에 숨어 경쟁적으로 선정보도를 쏟아내는 행태를 중단해야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기본적인 윤리 원칙을 지키며,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전청조 사건에서 드러난 언론의 선정적 보도 문제는 한국 언론계 전반에 만연한, 클릭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문화의 단면입니다. 진정한 저널리즘이란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되,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균형 잡힌 보도여야 합니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결코 저널리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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