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시원한 빙수를 소재로 한 그림책 《얼음산 빙수 가게》는 단순한 어린이 도서를 넘어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짚어내는 작품입니다.
2024년 6월 27일 올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그림책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환경 문제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오
늘은 정현진 작가의 《얼음산 빙수 가게》의 내용과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저자 정현진에 대하여
정현진 작가는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글작가이자 그림작가입니다.
1남 2녀를 둔 40대의 평범한 가장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여가를 틈타 주변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사진작가로서 2014년 《아타락시아》를 통해 '놀이 사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바 있으며, 이후 《1장 1단》 등의 산문 사진집을 발표했습니다.
정현진 작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가는 사물들을 소재로 삼아 일상 속 평범한 소재에서 이야기를 찾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세심한 관찰력은 그의 첫 그림책 《얼음산 빙수 가게》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얼음산 빙수 가게》의 줄거리와 내용
《얼음산 빙수 가게》의 배경은 아주 추운 극지방입니다. 거대한 얼음산 밑자락에서 한 아저씨가 빙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얼음밖에 없던 아저씨는 얼음산의 얼음을 갈아 빙수를 만들어 팔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먹었던 빙수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크루즈를 타고 '북극 맛집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까지 몰려오게 됩니다. 아저씨의 빙수 가게는 줄 서는 맛집으로 성장하고, 아저씨는 가게를 확장하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점점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빙수의 재료인 얼음산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음산이 작아질수록 그곳에 살던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하나둘 떠나가지만, 아저씨는 이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저 빙수를 더 널리 알리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민에 빠진 아저씨는 결국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빙수 판매 수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가격은 두 배로 올리는 전략을 채택한 것입니다. 이런 전략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한정판' 빙수에 더 열광하게 만들었고, 빙수를 먹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결국 얼음산은 계속해서 작아지고 마침내 사라질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아저씨의 사업 구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번에는 바닷물을 이용한 '씨솔트 할배 주스'를 개발하며 사업을 전환합니다. 이 책은 "과연 얼음산처럼 바닷물도 사라지는 날이 올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집니다.
《얼음산 빙수 가게》가 전하는 메시지
이 그림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유쾌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자본주의적 성장주의의 한계,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자연과 인간,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성장'이 아닌 '성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작고한 홍세화 선생의 마지막 칼럼을 인용하며, "자연과 인간,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성숙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전달합니다.
이 그림책은 독자들에게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기후캐스터 정주희는 이 책에 대해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해 가라앉는 소중한 것들 위로 묵직한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라고 평가했습니다.
교육적 활용 가치
《얼음산 빙수 가게》는 단순한 이야기책을 넘어 교육적 활용 가치도 높습니다. 이 책에는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지와 선생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업 자료가 QR코드를 통해 제공됩니다.
활동지에는 빙수의 신메뉴를 만들어 보는 활동과 얼음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고 빙수 아저씨에게 편지 쓰는 활동이 담겨 있어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환경 의식을 함께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쓴 수업 자료는 2차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장인물의 이야기나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수업 및 환경 생태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국어, 미술, 통합 등 다양한 교과와 연계할 수 있으며, 특히 다음과 같은 교과 성취 기준과 연결됩니다:
- [2바 01-04] 생태환경에서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한다.
- [2슬 01-04] 사람과 자연, 동식물이 어우러져 사는 생태를 탐구한다.
- [2슬 03-03] 관심 있는 대상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상상한다.
- [2국 01-01] 중요한 내용이나 일이 일어난 순서를 고려하여 듣고 말한다.
- [4국 01-02]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내용을 예측하고 듣고 말한다.
《얼음산 빙수 가게》의 의의와 가치
이 그림책은 환경 문제를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빙수'라는 소재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자본주의적 성공과 끝없는 성장의 이면에 있는 환경 파괴와 공존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청년환경운동가 홍다경이 강력 추천한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고마운 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성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빙수 아저씨의 사업 성공 과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공 신화'의 패턴을 따르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의 파괴와 다른 생명체의 고통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론
정현진 작가의 《얼음산 빙수 가게》는 단순한 어린이 그림책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를 담은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우리 사회와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성장과 발전, 성공이라는 가치에 가려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성찰이 뒷받침되면 우리는 무엇이든 행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환경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얼음산 빙수 가게》를 통해 더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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