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김태완의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500년 전 조선 선비들의 시대정신과 해법

꿀깨비 2025. 5.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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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의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500년 전 조선 선비들의 시대정신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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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위기와 혼란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자 할 때, 우리는 종종 과거의 지혜에서 해답을 구하곤 합니다.

 

김태완의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바로 그런 시대적 지혜가 담긴 소중한 역사적 기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책문'과 그에 대한 선비들의 '대책'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500년 전 선비들의 지혜에서 찾아보는 이 책의 내용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책문이란 무엇인가: 시대의 물음과 선비들의 응답

책문(策問)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 합격자 33명의 등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이었습니다.왕이 직접 출제하거나 왕을 대리한 고위 관리가 출제한 이 시험은 국가의 중대한 현안에 대해 묻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책문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시대가 던진 물음이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대화였습니다.

 

책문은 원래 한나라 무제 시대에 지방 수령이 추천한 인재를 등용할 때 국가의 현안을 물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책문은 국가 경영의 핵심 문제들을 다루는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았으며, 정치, 경제, 외교, 국방, 교육, 문화 등 국가 운영 전반에 관한 책략이 담겨 있었습니다.

책문의 의미와 형식

책문은 왕실 또는 황실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 문서였습니다. 원래는 책봉, 존호·시호·휘호를 올리거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옥이나 대, 또는 금판에 글자를 새겨 엮은 문서였으나, 이 책에서 다루는 책문은 과거시험의 일환으로 왕이 신하들에게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의미합니다.

 

책문의 형식은 재질에 따라 옥책, 죽책, 금책으로 나뉘며, 내용에 따라서는 봉책, 존호책, 시책, 휘호책, 애책, 축책 등으로 구분됩니다. 종묘에 봉안되어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었으나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거치며 많이 소실되었고, 현존하는 책문은 총 306건에 불과합니다.

저자 김태완: 전통 철학의 현대적 재해석자

김태완은 1964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봉화에서 마치고, 서울 숭실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특히 그의 박사 논문은 율곡 이이의 책문을 주제로 하여 율곡의 실리사상을 연구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조선시대의 책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김태완은 숭실대학교, 경원대학교 등에서 동양철학과 한국철학을 강의했으며, 『중국철학우화』, 『상수역학』, 『도교』(이상 공역), 『중국문장가열전』 등의 번역서와 『율곡 문답』, 『경연, 왕의 공부』, 『시냇가로 물러나 사는 즐거움』 등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그의 학문적 관심은 단순히 고전 철학의 번역과 연구에 그치지 않고, 고전의 지혜를 현대 사회에 적용하고 재해석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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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조선시대의 5명의 왕(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이 던진 책문과 16명의 선비들이 제시한 대책을 엮은 작품입니다.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왕의 물음(책문)과 선비들의 대답(대책), 그리고 저자의 해설(책문 속으로)이 담겨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1.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 세종의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성삼문, 신숙주, 이석형의 대책이 제시됩니다.
  2. 공정한 인재 등용의 원칙: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대한 강희맹의 대책을 담고 있습니다.
  3.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 중종의 질문에 권벌이 답한 내용으로, 시작과 끝이 일관된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4. 이상 정치를 실현하는 방법: 조광조의 대책이 담겨 있으며, 참된 마음에서 나오는 행정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5. 술의 폐해를 근절하는 방법: 중종의 질문에 김구와 윤자임이 술의 절제와 올바른 사용에 대해 답변합니다.
  6. 외교관의 자질: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에 대한 김의정의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
  7. 부국강병을 위한 인재등용: 명종의 질문에 노진이 진리 탐구와 소인 가려내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8. 올바른 교육의 길: 교육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조종도의 대책이 담겨 있습니다.
  9. 정부 조직 개혁안: 육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에 대한 김효원의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
  10. 난세의 국가경영: 광해군의 "정벌이냐 화친이냐?"라는 질문에 박광전이 답변합니다.
  11. 국가 위기 타개책: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제하는 방법에 대한 조위한의 대책을 담고 있습니다.
  12. 지도자의 리더십: 임숙영이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라고 직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3. 인생무상: 이명한이 인생의 짧음과 세월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풀어냅니다.

책문의 현대적 의의와 메시지

김태완의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단순히 역사적 자료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2015년 개정판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에서 현대 한국 사회의 위기와 혼란에 대한 해법을 조선시대 선비들의 지혜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책문에 담긴 주요 메시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칙과 도덕에 기반한 정치: "마음은 정치의 근본이고, 법은 정치의 도구이다."라는 성삼문의 말처럼, 정치는 도덕적 원칙에 기반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오늘날 원칙없는 정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시합니다.
  2. 인재 등용의 중요성: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은 없지만, 적합한 자리에 기용한다면 누구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라는 강희맹의 대책은 적재적소의 인재 배치가 국가 발전의 핵심임을 시사합니다.
  3. 시작과 끝이 일관된 정치: 권벌은 "쉬울 때 어려움을 생각하며, 작은 일에서 시작하여 큰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을 잘했으면 끝마무리도 잘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4. 참된 마음과 진정성: 조광조는 "모든 일이 이와 같은 참된 마음에서 나와야만 행정이 실효를 거두고, 기강이 떳떳하게 서며, 법도가 법조문에만 치우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합니다. 형식에 치우친 행정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정치를 촉구합니다.
  5. 권력에 대한 비판적 성찰: 임숙영은 광해군에게 "조정의 신하들이 아무리 전하의 덕을 칭송하더라도 전하께서는 믿지 마십시오."라고 직언합니다. 권력자가 아첨에 빠지지 않고 자기 성찰을 할 것을 권고하는 이 메시지는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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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의 책문: 과거와 현재의 대화

김태완의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당시의 절박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가개혁의 방안을 묻고 답한 고전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저자는 책문과 고서들을 일일이 파헤치면서 '과거'의 문제를 '현실'로 옮겨놓고, 당시 책문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생생한 현실로 되살아나게 합니다.

 

특히 저자의 '책문 속으로'라는 코너는 딱딱한 책문의 내용에 역사적 맥락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더해,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성삼문과 신숙주의 서로 다른 삶을 통해 역사적 선택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조광조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권벌의 고향 닭실마을에 대한 묘사 등을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결론: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의 가치

김태완의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과거의 지혜가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00년 전 조선의 선비들이 왕의 물음에 답했던 13가지 대책들은 지금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불통과 모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원칙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공자가 말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의 정신처럼, 이 책은 과거의 지혜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성찰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게 합니다. 정치, 경제, 교육, 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원칙과 도덕, 진정성, 자기성찰을 강조하는 선비들의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김태완의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단순한 역사서적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보고이자 현대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지혜를 현재에 적용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해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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