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패션산업의 그림자: 패스트패션의 환경적 영향과 의류 폐기물 문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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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과 환경오염에 관한 과거 방송 사례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을 다룬 방송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21년 7월 1일에는 KBS에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바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소비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추적60분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더 깊이 있는 조사와 함께 해외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집니다.
의류 폐기물의 현황과 규모
국내 의류 폐기물의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량은 2018년 6만 6000톤에서 2020년 8만 2000톤으로 늘어났고, 2022년에는 10만 6000톤에 달했습니다.더 큰 문제는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 의류 폐기물이 연간 50만~6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영국의 순환경제 연구기관인 엘렌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적으로 1000억 벌 이상의 의류가 생산되고, 그 중 73%가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는 연간 1080억 벌의 옷과 145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되었으며, 20개국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지고 있는 옷 중 80~90%는 입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패스트패션은 환경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국제연합(UN)은 패션 산업에서 의류 생산부터 유통,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음식, 건설업계에 이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의류 생산 과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자원이 소모됩니다. 예를 들어,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는 데는 염색과 세탁 과정에서만 약 30L의 물이 사용되고, 다양한 염료와 표백제가 사용되어 전 세계 폐수의 20%를 차지합니다.
또한 의류 폐기물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합니다. 섬유가 매립되었을 때, 자연 분해되는 시간은 면이 1주~5개월, 청바지가 10개월~1년, 나일론이 30년~40년, 폴리에스터가 20년~200년에 달합니다.
특히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은 세탁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여 해양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 미세플라스틱은 태아의 태반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인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의류 재활용의 실체와 문제점
우리가 의류 수거함에 넣은 헌 옷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진 의류 중 단 5%만이 국내에서 다시 사용되며, 95%는 해외로 수출됩니다. 하지만 수출된 의류 가운데 40%는 결국 자연에 버려지게 됩니다. 폐의류 수출 업체에서는 폐의류 중 다시 입을 수 있는 75%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수출하고, 1~2%만이 국내에서 다시 유통되며, 나머지는 전부 소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폐기물 처리 과정의 불투명성입니다. 현재는 헌 옷이 수거함에 들어간 뒤 수거·수출 업체에 옮겨지면 전부 '재활용'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이후 옷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도 헌 옷 수거함에 대한 관리가 제각각이어서, 일부 지자체는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의류 기업의 재고 폐기 관행
기존 의류 폐기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의류 기업들의 재고 폐기 관행입니다. ACTA(Austrailian Circular Textile Association)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모든 의류의 약 30%가 판매되지 않으며, 이런 재고 폐기 비용은 약 21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의류 업체들이 재고를 폐기하는 이유는 브랜드 희소성을 지키려는 이미지 관리, 재고 소각 후 회계상 손실 처리를 통한 세금 절감, 창고 보관 비용 절감 등 다양합니다.
김태선 의원실에서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1개 패션의류 상장기업이 최근 5년 동안 배출한 폐의류, 폐합성섬유, 폐합성수지류, 그 밖의 폐섬유는 총 214만 2,057톤에 달합니다.
패스트패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
패스트패션과 의류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U는 패스트패션이 아닌 오래 쓰는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고 판매되지 않은 직물과 신발의 폐기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이 규정은 대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하며, 중견 기업에는 6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집니다.
프랑스는 2007년부터 섬유 제품에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를 도입했으며, 의류 기업이 낸 환경 분담금으로 폐의류의 분류, 수거, 폐기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수선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해결 노력과 과제
한국 정부도 패스트패션과 의류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2026년을 목표로 폐의류 분리·선별 및 재생원료화, 재생섬유 제품화 기술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해외 수출과 소각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폐의류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입니다.
또한 폐의류 통계 관리 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는 폐의류 등 생활폐기물의 발생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계관리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 완료하여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입니다.
의류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조현수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과장은 "의류 폐기물에 대해서도 생산자책임제도 적용을 검토 중"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재활용센터 의무화 등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고, 패션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도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차원의 해결 방안
패스트패션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소비자는 '슬로 패션'을 실천함으로써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슬로 패션은 패션을 느리게, 천천히 즐기자는 의미로, 윤리적 가치를 담은 동시에 친환경적인 패션을 추구합니다.
슬로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 옷을 구매할 때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고려하여 선택하고 한 번 사서 오래 입기
- 옷이 노후화되면 수선과 리폼을 통해 수명 늘리기
- 상태가 좋은데 입지 않을 때는 대여, 교환, 재판매 등의 방법 활용하기
- 친구나 가족과 서로의 옷을 교환하거나 플리마켓, 중고시장 등 이용하기
- 친환경 소재(유기농 면, 대나무 섬유, 헴프 등)로 만들어진 의류 선택하기
결론: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의 필요성
패스트패션이 초래한 환경 문제와 의류 폐기물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소비자 모두의 인식 변화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의류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정부는 효과적인 규제와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소비자들은 보다 책임감 있는 소비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8조 2899억원 규모였던 친환경·지속가능성 패션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10조 770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오늘 방영될 '추적60분'을 통해 패스트패션의 실태와 의류 폐기물 문제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되어, 보다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