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간의 스페인 일주가 끝나는 날이었다.
코스는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비행기) - 론다(버스) - 세비야(버스) - 마드리드(고속열차) - 귀국
마지막 날 아쉬움을 달래려고 호텔에 들어왔다가 간단하게 작은 배낭한개만 챙기고 솔광장 인근 펍에서 맥주한잔 하고 솔광장에서 늘 펼쳐지는 퍼포먼스 보고 다음날 새벽 비행기 일정때문에 호텔로 향했고 막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고 기다리던 참이었다 ..
그런데, 왠 건장한 사내가 급하게 뛰어서 따라오더니 뒤로 맨 가방을 보라고 얘기한다(영어 조금에 손짓발짓 스페인어)
뭔 소린가 싶어서 봤더니, 가방 지퍼 다 열려있고 여권과 돈 전부 사라졌다 ....
걱정 말라면서 자기를 따라 나와보라고 해서 나가봤더니, 호텔 벽쪽에 어린 소녀 2명이 서있고 그 앞에 건장한 사내 한명이 더 있다
알고보니, 솔광장 인근에 하도 소매치기가 많아 사복경찰들이 늘 있다는 거다 .. 그러다가 우리 가방이 털리는 것을 보고 쫗아왔고, 소매치기 소녀 2명을 잡은 거다 ...
여권과 돈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금액 등 이름 등 확인 절차를 거치고 바로 돌려받았으나, 조서를 작성해야 한다면서 조금 기다리면 경찰차가 올거라고 했다 ..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고, 거기서 영어가 되는 경찰이 곧 오니 앉아서 잠깐 기다리란다 ...
조금 이따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경찰이 왔고 사건 경위에 대해서 설명하고 조서 쓰고 사인하고 한국 주소까지 다 쓰고 ...
근데, 미안했다 ...
그 경찰이 마지막으로 한 말은 왜 가방을 앞으로 메고 더 조심하지 않았냐고 ... 그러니까 저런 어린애들이 소매치기가 되는 거라고 ....
관광객들의 잘못이 크다는 말이었다 ...
그간에 여행다니면서 단 한번도 가방을 앞으로 메고 다닌적이 없다(박물관 등 의무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곳 빼고)
그리고 단 한번도 소매치기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
그렇게 두어시간을 보내고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 처음에는 다시 호텔까지 데려다 주려나 싶었는데, 알아서 가야 하는 것 ...
다행히 골목을 빠져나오니 바로 돈키호테 동상, 예정에 없이 밤 늦게까지 시내구경 좀 더 하고 호텔로 와서 거의 날 새고 새벽버스 타고 마드리드 공항으로 향했다 ...
앉을 의자 하나 변변치 않았던 마드리드 공항.
암튼,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마드리드에서 2번 우편물이 왔다 .. 재판 관련해서 ...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미 다 찾았고, 굳이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하려고 스페인을 또 간다고 .. 말도 못하는 데 ...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
잊을 수 없는 추억 아닌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 소녀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긴 하다 .. 관광객들의 부주의가 이민자 어린아이들이 소매치기가 되는 것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
지금도 가방을 앞으로 메고 다니지는 않는다 .... 물론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닿기가 힘든 곳에 집어 넣지만, 여전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아는데 실천이 잘 안된다 .....
세비야의 그 뜨거웠던 태양, 김태희 광고로 유명한 세비야 광장, 그 당시에는 40도의 기온에 그늘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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