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에서 종이책으로 돌아가는 교육 패러다임 변화: 글로벌 트렌드와 그 영향
최근 글로벌 교육계에서 주목받는 현상 중 하나는 디지털교과서에서 다시 종이책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입니다. 2010년대 초반 디지털 혁명과 함께 많은 국가들이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기기와 전자교과서를 도입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추세가 역전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교과서에서 종이책으로 돌아가는 현상의 원인과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종이책으로 회귀하는 글로벌 트렌드
스웨덴의 종이책 회귀 정책
스웨덴은 지난 9월부터 초등학교에서 종이책 사용과 필기 도구를 활용한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유치원에서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했던 기존 방침을 뒤집고,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종이책 구입비용으로 약 823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핀란드의 사례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진 핀란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교실 내 디지털기기 사용을 장려해왔고, 11세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노트북을 제공했던 핀란드는 2024년 가을학기부터 종이와 펜을 사용하는 전통적 학습 방식으로 돌아가는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2023년 기준 상급 중등 교육 학습 자료의 약 80%가 디지털로 제작됐으나, 학부모와 교사들의 우려와 함께 디지털 기기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학생들의 부진한 학습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기타 국가들의 동향
프랑스는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기로 결정했으며, 독일도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알트 스쿨(Alt School)'이 교육 효과 부진으로 폐교하는 등 디지털 교육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본도 디지털 교과서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논의 중이며, 도쿄도 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종이책을 통한 수업으로 되돌아간 결과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와 집중력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종이책으로 돌아가는 주요 원인
학습 효과와 문해력 저하 문제
스웨덴 정부가 종이책으로 돌아가는 주요 이유로 학생들의 낮아진 문해력 점수를 꼽았습니다. 국제 읽기 문해력 연구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21년 사이 스웨덴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평균 11점 하락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문해력 전공 교수인 패트리샤 알렉산더는 종이책을 통한 학습결과가 더 좋다는 연구가 지배적이며, 종이책 학습자가 설명과 이해, 암기, 독해력 등 모든 면에서 디지털 교과서 학습자보다 더 나았다고 밝혔습니다.
집중력과 인지능력 훼손
디지털 교과서에 기반한 학습은 주의집중력을 포함한 여러 인지능력을 훼손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종이책과 달리 디지털 화면으로 읽을 때는 사람들이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훑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주의력이 쉽게 흩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페이지를 넘겨서 읽는 종이책 방식은 꼼꼼하게 읽게 해주고, 이전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 보기에도 편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
핀란드의 임상신경심리학자 민나 펠토푸로는 과도한 디지털기기 사용이 신체적·정신적 위험을 동반하고, 뇌에 과부하를 안기는 멀티태스킹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끼칠 장기적 악영향을 우려했습니다. 고려대 서문정애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들은 시각 피로, 척추 통증, 비만 등의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조바심, 짜증, 불안과 같은 심리적 증상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종이책의 교육적 가치 재발견
종이책은 '완성된 기술'
철학자 김재인 교수는 종이책을 바퀴, 의자, 숟가락, 가위 등과 같이 "극단으로 완성되어 앞으로 더 발전될 여지가 없는 이미 '완성된 기술'"이라고 표현합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명칭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유(類)라고 설명하며, 종이책만의 물성(物性)과 불편함이 오히려 '생각의 훈련'의 계기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종이책의 감각적 특성
종이책의 냄새와 느낌이라는 물성은 디지털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종이책은 두께감이 있어 읽은 부분을 인지하고 돌아가기 쉬우며, 이는 학습 경험에 중요한 공간적 인식을 제공합니다.
한국의 디지털교과서 도입 현황과 전망
한국은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학교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수학·영어 등 과목에 먼저 도입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해외 사례와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마다 자기 속도와 수준에 따라 개별화된 학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발달 단계를 고려해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 도입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는 '잃어버린 세대'를 낳는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교육 패러다임의 균형 찾기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관점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책의 형태가 어떻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읽고 의미를 이해할 줄 아는 문해력일 것입니다. 디지털 교육과 전통적인 교육 방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각 국가의 교육 환경과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교과서에서 종이책으로 돌아가는 현상은 단순한 회귀가 아닌,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글로벌 교육계의 성찰과 재조정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기술과 교육의 관계, 그리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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