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5년 4월 11일) 제주4·3사건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식 등재되었습니다.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6시 5분(프랑스 현지시간 10일 오후 11시 5분)에 '진실을 밝히다: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 Archives)'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무형문화유산에 이어 세계기록유산까지 확보하며 '유네스코 5관왕'이라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제주4·3사건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약 7년 7개월 동안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1947년 3·1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 경찰이 발포하여 민간인 6명이 숨지는 사건을 발단으로, 이후 남로당이 주도한 총파업, 경찰·서북청년단의 검속·탄압, 남로당의 무장봉기, 계엄령 선포 및 중산간 지역 초토화, 6·25전쟁으로 인한 예비검속 및 즉결처분 등이 이어졌습니다.
광복 직후 제주사회는 6만여 명의 귀환인구로 인한 실직난, 생필품 부족, 콜레라의 창궐, 극심한 흉년 등 여러 사회문제가 중첩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남로당 제주도당이 주도한 무장봉기가 일어났고, 이에 대한 토벌 과정에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정부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4·3사건의 인명 피해는 25,000~30,000명으로 추정되며, 강경진압작전으로 중산간 마을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고, 가옥 39,285동이 소각되었습니다. 4·3사건진상조사위원회에 신고 접수된 희생자는 14,032명, 희생자에 대한 유족은 31,255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미
이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2018년부터 시작된 노력이 7년 만에 결실을 맺은 성과입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2023년 11월 제출한 등재신청서는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RSC)와 국제자문위원회(IAC)의 등재권고를 받아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국제자문위원회는 제주4·3기록물에 대해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며 "화해와 상생을 향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는 제주4·3사건이 단순한 지역적 비극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평화, 화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사적 사례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음을 의미합니다.
등재된 기록물의 구성과 특징
제주4·3기록물은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1만 4,673건의 역사적 기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이 기록물들은 제주4·3 당시부터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된 2003년까지 제주 4·3에 대한 억압된 기억과 화해와 상생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억압된 기억에 대한 기록물'에는 오랜 탄압에도 4·3희생자와 유족들이 끊임없이 이어간 증언, 아래로부터의 진상규명 운동, 2003년 정부 공식 보고서에 이르기까지의 노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화해와 상생의 기록물'에는 제주인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 없이 모두를 포용하고 공동체 회복에 온 힘을 다했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물들은 문서 1만 3,976건, 도서 19건, 엽서 25건, 소책자 20건, 비문 1건, 비디오 538건, 오디오 94건 등 다양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진실규명과 화해과정의 세계적 의의
제주4·3사건의 진실규명 과정은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되었으며, 2000년 1월 「4·3특별법」(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 공포를 통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설치되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2003년 10월 정부의 진상보고서가 채택되고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진실규명과 화해의 과정은 국제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제주4·3기록물이 세계사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통해 아픈 과거사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과제와 전망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제주4·3의 역사적 의미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과거의 비극적 사건에서 배우는 인류 공통의 교훈을 공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5관왕이라는 독보적인 위상을 바탕으로 평화와 인권, 화해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등재된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여 제주4·3의 역사적 교훈을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제주4·3의 경험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국가폭력과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갈등 해소와 화해의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도 기대됩니다.
제주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인류 공동의 기억으로 승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제주도는 비극의 섬에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세계에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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