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베트남을 휩쓴 한국어 열풍과 전 세계적 한국어 위상의 급부상

꿀깨비 2025. 5.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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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휩쓴 한국어 열풍과 전 세계적 한국어 위상의 급부상

 

베트남에서 "영어를 하면 월급이 2배, 한국어를 하면 월급이 3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어 학습 열기가 뜨겁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원인과 현황, 그리고 미래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베트남에서의 한국어 열풍 현황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한국어 학습 열기가 가장 뜨거운 국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의 고사장에서 진행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현지에서 100회차를 맞이했으며, 응시자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응시자 대부분이 20대였으며, 일부 10대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은 "에스파를 보러 가고 싶어서"라고 토픽시험 응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토픽시험 응시자 수는 지난 2020년 1만5912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6만2985명까지 수직 상승하며 4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급증세는 베트남에서의 '한국어 열풍'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 5월 초 베트남 하노이의 한 고사장에는 한국 고용허가제 대상자 선발과정 특별토픽에 7900여명의 응시자가 몰려 베트남 언론이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베트남 교육훈련부가 2021년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추가 선정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지정한 국가가 되었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제2외국어는 중등학교부터 선택과목으로 가르친다. 한국어가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로 선정되기 전에는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등 5개국 언어만이 제1외국어로 인정받았다.

 

한국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베트남 내 초중고는 2023년 95개교(2만640명)에서 2024년 132개교(2만8345명)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9% 증가한 수치로, 베트남 교육계에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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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동기는 크게 경제적 이유와 문화적 관심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적 동기: 취업과 임금 향상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혜택이다. 베트남과 한국은 1992년 수교 이후 교역과 투자, ODA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왔다. 한국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해외투자국이며, 삼성, LG, 현대, 롯데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따라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인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한국어 능력이 취업 기회와 월급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 전공자들의 취업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하노이국립외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과장인 쩐 티 흐엉 교수에 따르면, "한국어 전공자들이 졸업 직후 받을 수 있는 기대급여는 900만~1500만동(380~633달러)으로, 2~3년 후 급여는 2000만동(845달러)까지 늘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베트남인의 평균 월급이 670만동(283달러) 안팎임을 감안하면, 한국어 전공자의 3년차 기대급여는 이보다 약 3배 많은 수준이다. 이는 "영어를 하면 월급이 2배, 한국어를 하면 월급이 3배"라는 베트남 속담을 실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문화적 동기: 한류 열풍

한류 열풍도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케이팝, 드라마, 영화, 음식, 패션 등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나 드라마의 가사와 대사를 이해하고, 한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예를 들어, 하노이시 언론커뮤니케이션아카데미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투이 응언씨는 "한국에서 유학하기 위해 10년 넘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한국 보이그룹 동방신기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럽게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교육적 동기: 한국 유학

한국 유학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베트남 학생들도 많다. 호찌민한국교육원에 따르면 한국 내 베트남 유학생은 2009년 1787명에서 2022년 3만5843명으로 20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에서 베트남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3.5%에 달한다. 유학생 4명 중 1명은 베트남 출신인 셈이다.

 

베트남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수에서도 중국을 앞질러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 유학생들 중 40%는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베트남 내 한국어 교육 시스템과 성과

교육기관과 학습자 현황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60개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 중이며, 수강생은 50,000명에 달한다. 주베트남대사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 하노이사무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는 46개 대학에 2만5천명이 넘는다.

 

베트남 내 한국학과 또는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전국 60여 곳에 달하며, 1993년 하노이와 호치민 등에 관련학과 설치 대학이 2곳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하노이국립외대에서만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이 연간 2000명에 달한다.

취업 성공률 및 임금 수준

앞서 언급했듯이, 베트남에서 한국어 전공자들의 취업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2019년 하노이국립외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유학생들의 취업률은 98%에 이르는 등 한국어 능숙도와 취업의 밀접한 연관관계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높은 취업률은 한국어 전공자들의 임금 수준에도 반영된다. 한국어 전공자의 임금은 베트남 평균 임금의 3배 수준이며, 경력이 쌓일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경력 있는 프리랜서 한국어 통역사는 월 3000~500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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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한국어 위상

글로벌 언어 학습 트렌드 속 한국어

 

한국어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외국어 학습앱인 '듀오링고'의 2022년 언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어를 학습하는 이용자 수는 총 1,7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듀오링고 내 5억 명의 학습자 중 7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어 학습자 수의 가파른 증가세다. 2년 전 조사 당시 한국어 학습자 수는 906만 명이었지만 2022년 1,770만 명으로 95% 성장했다. 이는 스페인어(64%), 프랑스어(52%), 일본어(77%) 학습자 증가율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Netflix 드라마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한국어 학습자가 급증했다는 데이터도 공개되었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의 확산이 불러오는 확실한 효과 중 하나가 언어학습자의 증가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어를 제1, 제2외국어로 채택한 국가 현황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제1·2외국어로 채택한 국가는 16개국에 달한다. 러시아, 터키, 태국, 인도 등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나라가 약 41여국에 이르는 가운데, 베트남이 전 세계 국가 '최초'로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했다.

 

한국어를 대입시험의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도입한 나라는 일본,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총 8곳이다. 또한 2025년에는 홍콩 대학 입학시험에 한국어 과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태국에서는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PAT)의 제2외국어 과목에서 한국어를 선택한 응시자 수가 크게 늘어 처음으로 일본어 응시자 수를 넘었다. 주태국한국교육원에 따르면 2022년 태국 수능 제2외국어 응시자 2만1485명 중에서 3770명이 한국어를 선택했다. 한국어 응시자는 제2외국어 응시자의 17.6%로 총 7개 과목 중 중국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해외 교육기관에서의 한국어 교육

2022년 말 기준, 한국어를 선택 과목으로 채택한 곳은 총 42개국의 1806개 초·중학교이다. 이 중 일본이 공·사립을 합해 총 550곳 이상의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제공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미국(171곳)과 태국(165곳)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국가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에는 30개국(1635개 학교)에 불과했지만 2020년 39개국(1700개)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40개국을 돌파하며 3년 만에 40%나 급증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해외 초·중등학교는 44개국 1820개교, 학생은 1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 수가 16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어 교육의 과제와 문제점

교원 부족 문제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의 부족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 대부분은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한국인이지만 그 숫자는 적다. 교원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학과는 '교육학과'가 아니라 '한국학과'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학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한국어 교육 강사를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흐엉 학부장은 "한국 기업만큼 임금을 보장하기 어려워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를 채용하는 데에도 난관을 겪는다"고 말했다.

교재 부족 문제

또 다른 문제점은 적절한 교재의 부족이다. 흐엉 학부장은 "베트남에서 개발하고 출판된 한국어 교재가 거의 없어서, 한국의 대학교가 발행한 교재로 교육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교재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해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어 교육 수요가 증가에 따라 현지에서는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 수업 교재 제작 및 보급에 대한 요청이 많아졌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 초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발하며 국제적 통용성을 확보한 한국어교재 집필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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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의 미래 전망

지속적인 수요 증가

 

베트남에서 한국어의 위상과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과 한국은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양국 간의 교류와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 4월 기준 베트남에 있어 한국은 누적 투자액이 820억달러를 차지한 최대 투자국이자 중국, 미국에 이어 세번째 교역국으로 ODA(공적개발원조) 부문 또한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경제적 관계의 심화는 한국어 수요를 계속해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학으로의 확장

한편 베트남 내 한국어 열풍이 양질의 성과를 내면서 일각에서는 "한국어를 넘어 한국학 연구로 무게추를 옮겨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트남 정부 핵심 연구집단인 베트남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원의 응우옌티탐 한국·북조선연구소 소장은 "국립대를 비롯해 사립대, 전문대에 이제는 초중고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진행되면서 한국어 교육은 곧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한국 정치, 한국 과학기술, 한국 안보 등 한국어를 수단으로 연구 저변을 넓히고 심층적인 연구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결론

베트남에서의 한국어 열풍은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영어를 하면 월급이 2배, 한국어를 하면 월급이 3배"라는 말이 실제 임금 데이터로 증명되는 현실은 한국어 학습이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어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를 제1,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한국어 학습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는 한국어가 점차 글로벌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교원 부족, 교재 부족 등의 문제는 한국어 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미래에는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한국학으로의 확장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문화적, 학문적 교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한국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적 가교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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