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유시민에게 여러 의미로 특별한 책입니다. 1988년 초판 출간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 책은 저자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선사했으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2021년 출간된 전면개정판은 단순한 수정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쓰인 책으로, 축적된 정보를 보완하고 사건에 대한 해석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저자 유시민: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삶
유시민은 1959년 7월 28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나, 그의 관심은 오히려 역사학, 철학, 문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1980년대 학생운동가로 활동했으며, 이후 정계에 입문해 16·17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지식 소매상'이라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그는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 출연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운영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어떻게 살 것인가』,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청춘의 독서』, 『역사의 역사』 등이 있습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책의 구성과 특징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세기 세계사의 열한 가지 큰 사건을 다룬 보고서입니다. 저자는 이 사건들을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의 핵심을 먼저 던진 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풀어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독자들에게 역사적 사건들의 이면과 숨겨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드레퓌스 사건: 20세기의 개막
- 사라예보 사건: 광야를 태운 한 점의 불씨
- 러시아혁명: 아름다운 이상의 무모한 폭주
- 대공황: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파산
- 대장정: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의 신화
- 히틀러: 모든 악의 연대
- 팔레스타인: 눈물 마르지 않는 참극의 땅
- 베트남: 마지막 민족해방전쟁
- 맬컴 엑스: 검은 프로메테우스
- 핵무기: 에너지의 역습
-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 20세기의 폐막
유시민은 이 책에서 특히 전쟁과 재난 관련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이는 인류의 진보와 문명의 발전이라는 밝은 이면 뒤에 숨겨진 그림자를 드러내고,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명암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죽음은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의미와 가치
이 책의 제목에서 '거꾸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역사의 서술 방식을 뒤집는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의미가 있을까요?
기존의 역사서가 권력자의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했다면, 이 책은 민중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역사를 해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유시민은 기존 역사 교육이나 대중매체가 외면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사건들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역사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는 역사의 승자가 아닌 소외된 이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거꾸로' 읽는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시민의 책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시간 순서로 사건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독자에게 들려주듯 서술합니다. 그래서 그의 역사책은 역사적이라기보다 문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책의 메시지와 현대적 의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해 특정 이념이나 정책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역사를 단순한 신념 체계로 삼아 세상을 판단하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역사의 시간에서 보면 모든 것이 '헛되고 또 헛된' 일이지만 '역사의 시간'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인간은 불합리한 제도와 관념에 도전하며 짧고 부질없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왔다고 말합니다. 이는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거울이자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이 책은 역사의 반복성에 대한 경고도 담고 있습니다. "핵주권과 환경주권은 국민국가에 있는데, 모든 국민국가는 다른 국민국가를 불신하고 경계한다. 모든 국민국가의 다수 국민은 정무가 인류의 이익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 살피기를 요구한다."라는 구절은 인류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불신과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인해 그러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결론: 역사를 읽는 새로운 방식의 제안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세기의 주요 사건들을 통해 현대 세계의 모습을 형성한 결정적 순간들을 조명합니다.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그의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재능이 빛나는 이 책은, 복잡한 역사적 사건들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그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단순한 역사책을 넘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지침서가 됩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역사를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며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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