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한국 문학의 대표 작가 김애란이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에 선보인 신작 장편소설입니다.
2024년 8월 27일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는 작가의 예고처럼, 세 명의 고등학생이 각자의 비밀을 안고 서로를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작품의 배경과 핵심 구조
책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님이 고안한 자기소개 게임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게임은 학생들이 다섯 개의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켜 다른 학생들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어, 인물들이 지닌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암시합니다.
세 주인공의 비밀과 내면 여정
소리: 죽음을 예감하는 능력
소리는 그림을 그리는 소녀로,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을 피합니다. 그 이유는 누군가를 만지면 그 사람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 때문입니다. 반려견 뭉치, 원로 화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등 소리가 손을 잡은 사람들은 모두 짧은 시간 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가장 소중한 사람인 자신의 엄마의 죽음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지우: 상실과 독립의 경계에서
지우는 최근 엄마를 잃고, 반려 도마뱀 용식과 엄마의 애인이었던 선호 아저씨와 살고 있습니다. 엄마의 죽음이 실족사인지 자살인지 의문을 품고 있는 지우는 선호 아저씨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겨울방학 동안 독립 자금을 모으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리에게 용식을 맡기면서 두 인물의 접점이 생깁니다.
채운: 가정폭력과 죄책감의 무게
채운은 겉으로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혐의로 감옥에 간 어머니와, 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지를 둔 학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를 채운 본인이 찌른 것이고, 어머니는 대신 죄를 뒤집어쓴 상태입니다. 채운은 소리의 능력을 알게 된 후, 아버지의 남은 시간을 알고 싶어 소리에게 접근합니다.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
비밀과 진실의 양면성
이 소설은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문장으로 함축되듯, 세 인물이 각자의 비밀을 통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거짓말 속에 숨겨진 진실과,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의 경계에서 인물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키워갑니다.
청춘의 상처와 회복
작품은 부모의 부재나 가정폭력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연민과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김애란 특유의 "잔잔한 이야기"로 묘사되는 이 소설은 상처받은 청춘이 서로를 통해 위로받고 성장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삶의 무거움과 빛
"삶은 지우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구절에서 보듯, 소설은 삶의 무거움을 직시합니다. 그러나 김애란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소설 역시 "상상의 가벼움 속에 용해"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김애란의 작가 세계와의 연결성
작가의 배경과 경력
김애란은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에서 자랐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습니다.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이후 《달려라, 아비》(2005), 《침이 고인다》(2007), 《두근두근 내 인생》(2011), 《비행운》(2012), 《바깥은 여름》(2017)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일관된 문학적 주제
김애란의 작품들은 "비극적인 상황 속에 놓여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역시 이러한 작가의 문학적 관심사를 이어가며, "평균미달의 인생을 사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따뜻함"을 담아냅니다.
작품의 문학적 의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청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현실의 무게와 희망의 가능성을 균형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담임선생님의 '자기소개 게임'이라는 독창적인 설정을 통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 비밀의 무게와 고백의 힘을 탐색합니다.
"누가봐도 이중 어느 하나 빠짐없이 모든게 진짜인데 너는 개중에 하나라도 거짓말이 있을거라 여기겠지"라는 구절이 암시하듯, 이 소설은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진실과 거짓말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김애란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으로 표현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각자의 비밀과 상처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타인을 향한 연민과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는 문장처럼, 때로는 거짓말조차도 관계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김애란 작가의 섬세한 인물 묘사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청소년의 내면 풍경을 그리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의 고독과 연대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이 소설은, 김애란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로서 독자들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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