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퀴즈온더블럭 295회 : 엄유진 작가, 연필로 그려낸 가족 사랑의 철학

다음 주 수요일 방송될 유퀴즈온더블럭 295회에 출연하는 인스타툰 작가 엄유진은 15만 팔로워가 사랑하는 '펀자이씨툰'의 창조자로, 단순한 일상 만화를 넘어 깊이 있는 인생 철학을 전달하는 독특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연필 한 자루로 그려낸 따뜻한 가족 이야기 속에서 현대인들이 놓치기 쉬운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의 일상을 통해 기억과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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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성장 배경과 교육 과정

엄유진 작가는 미시간 주에서 태어나 독특한 다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다. 그의 학문적 여정은 이화여자대학교 정보디자인과에서 시작되어, 이화여대 대학원을 거쳐 영국 킹스턴 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교육 배경은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정교한 시각적 구성력과 깊이 있는 서사 구조의 기반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말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편했어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제 성향이 그림의 세계에서는 독창적, 창의적이라고 여겨지니까 그림을 활용하면 즐겁게 소통하게 되더라고요"라고 그는 자신의 예술적 성향에 대해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일상 속 즐거운 순간을 사진과 그림으로 기록해 온 그에게 있어 그림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닌 소통의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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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로의 전환점과 '펀자이씨툰' 탄생

엄유진 작가가 웹툰 작가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대학 졸업 후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사회활동을 시작했으나, "결과물을 보면 늘 뭔가 부족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라고 회상하며,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흘러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러스트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육아휴직 이후였다. "육아를 하면서 일이 기약 없이 끊겼던 것이요. 그 전까지는 바쁜 것이 잘 나가는 것인 양 늘 쫓기면서 일을 했는데, 일 년 이상 일이 끊기고 딱히 돌아갈 곳도 없다고 생각되니 어마어마한 불안감이 엄습하더군요"라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서 '펀자이씨툰'이 탄생했다.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의 고민을 함께 나누던 디자이너 친구와의 그림 편지를 SNS에 공유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친구가 우편으로 보내준 책에 "언니가 이 책의 주인이 됐으면 좋겠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고, 이것이 그에게 새로운 창작 동기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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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품 분석과 주요 내용

『어디로 가세요 펀자이씨?』

 

엄유진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인 이 책은 그의 인생 여정을 담은 자전적 만화집이다. 제목의 유래에 대해 작가는 "뚜렷한 계획없이 하루하루 있었던 일이나 지난 추억들을 인스타그램에 즉흥적으로 그려 올려왔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을 때 편집부에 계신 분들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라고 설명했다.

 

책의 구성은 "부끄러움 많던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영국으로 떠나는 이야기까지 목적지도 모르면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가고자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두 번의 전학을 겪으며 겪었던 어려움과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외계에서 온 펀자이씨』

두 번째 작품은 국제결혼의 현실적인 면을 다룬다. "결혼 후 정보 공유 목적을 가입했던 비공개 국제커플카페에 '펀자이씨의 펀펀펀'이라는 제목으로 생활 칼럼 연재를 했어요"라고 작가는 이 작품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작품은 "연애가 서로에 대한 환상과 장점들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면, 결혼 생활은 서로의 적나라한 단점들을 겪어나가면서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현실적 관점을 제시하며, 국제결혼의 특수한 어려움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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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세 번째 작품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다룬 작품으로,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어머니의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해 안에 내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라고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절박함을 드러냈다.

 

작품은 "날카로운 관찰과 섬세한 표현으로 기억이 사라지는 어머니의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기록"하며, "범상치 않은 위트를 지닌 어머니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어 유쾌한 위로를 전한다".

『행복한 철학자』

이 작품은 어머니 우애령 작가가 남편인 철학자 엄정식 교수를 바라보며 썼던 에세이에 엄유진 작가가 삽화를 추가한 개정증보판이다. "소설가 어머니와 철학자 아버지의 짤막하고 유쾌한 대화들이 사람들 간에 웃음으로 전해지면서 응원을 받았기에, 기존의 이야기에 『펀자이씨툰』 만화 에피소드들과 철학자의 편지, 그리고 삽화들을 가미한 개정증보판"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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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가족 구성원들

아버지 엄정식 - 철학자의 일상

 

엄유진 작가의 아버지인 엄정식 교수는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와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웨인 주립대학교 인문학석사학위와 미시간 주립대학교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저명한 철학자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철학연구회 회장, 한국철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작가는 아버지를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먹고 싶은 마음과 먹으면 안 된다는 당위 사이에서 부들부들 떨며 고민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며, 철학자로서의 깊은 사유 과정을 일상적 에피소드로 표현한다. 생일날의 기쁨과 슬픔, 공기청정기 구입 시의 독특한 흥정법 등을 통해 철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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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우애령 - 소설가이자 상담가

엄유진 작가의 어머니인 우애령은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독문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연세대에서 사회사업 박사학위를 받은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1973년 미국으로 가서 간호사로 활동했고, 이후 가정법원 상담실과 해외입양아동부 상담실에서 일하며 사회사업 전문가로 성장했다.

 

문학적으로는 1993년 문화일보 춘계문예에서 단편소설 '오스모에 관하여'로 등단했고, 2002년 '당진 김씨'로 이화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소설가로 인정받았다. 현재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지만, "기억을 잃는 와중에도 다른 이에게 영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딸이 평가할 만큼 여전히 지혜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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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그림 스타일과 철학

엄유진 작가의 가장 큰 특징은 연필로 그린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연필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연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아크릴이나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7년 2살배기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번거로운 준비가 필요하면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며 "연필은 어디에서나 바로 쥐고 그릴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고 현실적인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러한 우연한 선택이 오히려 그만의 독특한 시그니처가 되었다.

무채색 톤의 연필 그림에 분홍색 포인트를 더하는 것도 특징이다. "무채색 톤이 심심하고 아쉬워서 색이 하나만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생기를 담기 위해 분홍색을 찍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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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메시지와 가치관

가족 관계의 재정의

 

엄유진 작가의 작품이 사회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가족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가까운 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 철학을 밝혔다.

특히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와의 일상을 통해 "기억은 흐려졌지만, 여전히 유쾌함 속의 날카로움과 통찰을 바탕으로 독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기도 한다"며 질병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

태국인 남편과의 국제결혼 경험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국제결혼을 알리는 게 아이한테 훗날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제 만화가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잖아요. 국제결혼, 알츠하이머에 대한 편견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보자 다짐했죠"라고 사회적 책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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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재발견

작가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에 주목한다. "하루 중 좋아하는 순간들을 짧게 기록하는 것은 유년기 때부터 이어져 온 오랜 취미"라며, 이러한 기록이 단순한 개인적 추억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엄유진 작가는 연필 한 자루로 시작된 소소한 일상 기록이 15만 명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독특한 사례다. 그의 작품 세계는 가족 사랑, 다문화 이해, 질병과 돌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현대 사회가 놓치기 쉬운 인간적 가치들을 따뜻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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